Prologue : 두 길 사이의 바람

by 달빛라디오

서울 도봉구 쌍문동. 80년대 연립주택들이 빼곡한 이 동네는 급변하는 서울에서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빨래 걸린 베란다가 보이고, 포장마차 천막 아래서는 퇴근길 사람들이 하루의 피로를 술잔에 녹인다.


한준은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시설공단에 다녔다. 배관공 규수, 택배기사 창원, 혼자 딸을 키운 지숙, 병원의 세빈. 각자 다른 삶을 살지만, 쌍문동 골목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의 무게를 덜어주며 버텨왔다.


하지만 정년이 다가오면서 한준의 마음은 흔들렸다. 월 120만원 연금으로는 서울에서 버티기 힘들다. 그때 떠오른 것이 연천의 아버지였다. 한탄강 굽이치는 그곳에서 홀로 농사짓는 아버지. 넓은 들판과 맑은 공기는 도시에 지친 마음에 평화를 약속하는 듯했다.


하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농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렵고, 아내도 서울의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 실패하면 돌아갈 곳도 없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들과 멀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한준은 알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인연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것은 선택 앞에 선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글의 흐름 ]


1. 그 해 3월

회색 난간 위의 봄

오래된 골목의 약속들

저녁 빛 속의 다짐


2. 두 달 후, 5월

퇴직의 그림자

세빈의 웃음, 규수의 한숨

저녁 자리에서의 고백


3. 여름이 성큼 온, 7월

여름의 무게

연천 들판의 바람

결심 앞에서


4. 무더위 속, 8월

모내기의 시작

여름 햇살 아래

들녘 위의 해와 바람

여름밤의 불빛과 다짐


5. 수확과 갈림길, 10월

가을 들녘의 갈림길

혼례의 날, 서로의 어깨

쌍문동 겨울의 담소

이별과 새로운 길

봄의 새싹과 작은 약속


6. 새로운 터전, 그 다음 해 봄

새로운 터전의 하루

친구들이 찾아온 날

별빛 아래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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