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쓰는 말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예컨대 문득
같은 거 말이야.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연쇄들을 공들여 바라보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나아질 수가 있는 걸까. 그런 걸 이야기할 수가 있는 거야?
왜 그런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병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주말에 나를 교회로 데려가던. 앞서 걷던 뒷모습. 평소엔 다니지도 않고 그 시간에 지쳐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를 데려가 옆에 두고 누구보다 꾹 감고 오래 기도하던 옆모습.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함께 버스를 탄 거. 그리고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거. 달이 예쁘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다시 얼굴만 보던 거. 그래서 얼굴도 그날 달의 모양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 우연히 십 년 전의 통화가 잘못 눌렀는지 녹음이 되어 있는데 내 목소리는 없어서 그 애 목소리만 남은 반쪽짜리 이야기를 듣던 거.
전생이 된 노래를 다시 듣고.
끔찍한 날의 기록을 언젠가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무엇을 지나왔는지 알고 싶거든. 좀 더 지나간 뒤에 그러고 싶어. 아니면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도 좋겠어. 그게 무슨 소용이냐며 코웃음 치거나, 그것들이 결국 날 만들었지, 엄숙한 표정으로 그런 말하고 이내 같이 깔깔대거나.
근데 사실 이건
전부 같은 곳을 향하는
말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