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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Sep 10. 2022

너무 쉽게 쓰는 말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너무 쉽게 쓰는 말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예컨대 문득

같은 거 말이야.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연쇄들을 공들여 바라보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나아질 수가 있는 걸까. 그런 걸 이야기할 수가 있는 거야?


왜 그런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병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주말에 나를 교회로 데려가던. 앞서 걷던 뒷모습. 평소엔 다니지도 않고 그 시간에 지쳐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를 데려가 옆에 두고 누구보다 꾹 감고 오래 기도하던 옆모습.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함께 버스를  거. 그리고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거. 달이 예쁘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다시 얼굴만 보던 거. 그래서 얼굴도 그날 달의 모양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 우연히 십 년 전의 통화가 잘못 눌렀는지 녹음이 되어 있는데 내 목소리는 없어서 그 애 목소리만 남은 반쪽짜리 이야기를 듣던 거.


전생이 된 노래를 다시 듣고.


끔찍한 날의 기록을 언젠가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무엇을 지나왔는지 알고 싶거든. 좀 더 지나간 뒤에 그러고 싶어. 아니면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도 좋겠어. 그게 무슨 소용이냐며 코웃음 치거나, 그것들이 결국 날 만들었지, 엄숙한 표정으로 그런 말하고 이내 같이 깔깔대거나.


근데 사실 이건

전부 같은 곳을 향하는

말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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