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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Sep 22. 2022

3회차) 예술거래와 브랜딩 포럼 후기

브랜딩.. 몰까..

예술청에서 열린 예술거래 브랜딩 포럼에 사전 신청을 해서 다녀왔어요. 요즘 들어 이런저린 고민이 많았는데, 독립출판 씬에 대한 짙은 회의감도 솔직히 있었고. 다만 누구를 저격하거나 병폐 같은 걸 집어올려 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기성출판 시장에서의 담론과는 다른 독립출판 시장의 특수성을 깨닫지 못해서 잠시 방향을 잃고 삽질을 하고 있었달까…? 아직 생각이 많이 부족하지만 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적어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기성출판에서 요구되는 어떤 책무, 사명감. 그런 걸 독립출판 작가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고, 그런 담론 같은 게 적극적으로 이어질 리도 없지요. 왜냐면 우리 중 누구는 취미로 책을 내고, 누구는 정말 글이 좋아서 전업을 택하면서까지 고달프게 작가생활을 계속하기도 하고, 그저 유명세를 타고 싶은 사람도 있고. 다양하잖아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통의 것은 권위일까요? 신념인가? 권위에 대해 생각을 하며 시간을 꽤 보냈는데 저의 결론은 ㅋㅋ 결국 권위는 돈인 것 같습니다. 장르적 차등이란 게 분명 존재하고, 아무리 잘 웹소설이어도 어떤 순문학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결국엔 돈이야말로 꼭대기의 권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동안 시 과외를 받으며 등단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간의 저의 못난 모습을 '등단'이라는 권위로 덮기 위함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래요. 내가 등단작가가 되면 여태 저를 견딘~ 부모님이 조금은 어깨 펴고 살겠지. 뭐 그런 생각?


얼마 전에 제게 시를 가르쳐주시는 분께 등단은 아직 그리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제 시가 아직은 영 만족스럽지 않거든요. 이건 모자람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 시를 제가 정말 좋아하게 되었을 때 어설퍼도 뭐라도 해볼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사실 등단에 대한 욕구보다도 돈에 대한 욕구가 훨씬 크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거요. 거의 10년 간 밴드를 하면서, 어느 순간 내 작업을 위해 알바를 하거나 회사를 다니며 돈을 마련하는 일이 너무 당연해졌던 거 같아요. 왜… 그래야 했지??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충분히 인정받고 돈을 벌 수 있다면 다른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같이 논의할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아요. 신념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의 작품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고, 그러려면 좋은 창작물만들어야겠죠.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는 장이 생기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ㅎㅎ. 관심 있으시거나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실 작가님들 계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


아무튼 그래서 처음부터 돈 얘기를 꺼내주신 '예술옹호론자' 이지현 님의 발제가 너무 너무 좋았고요! 자기 작품에만 몰두하는 '성실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피알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에 너무 공감을 했고. 돌아온 뒤에 인스타도 많이 바꾸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계속해서 바꿔볼 것 같아요(아시는 분이 아무도 없겠지만 제 지난 피드에는 글이 지워져있거나, 그 아래에 현재의 제 생각이 덧대어져 있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알 리가…).


그리고 '브랜티스트' 얄 님. 예술가의 삶 vs 예술적인 삶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셨는데 정말 많이 감동을 받았어요…. 맨 뒤에 앉아 있었는데 눈물도 좀 났고요(요즘 눈물이 많아짐 ㅠㅠ). 예술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하는 것이고, 주고받고 싶은 느낌이 있어서 하는 거잖아요. 예술이 궁극적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이자 태도인 거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걸까. 많은 고민과 기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포럼이 끝나고 얄 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울한 사람이 같이 우울하자고 하는 게 아니고, 죽고 싶은 사람이 같이 죽자고 하는 게 아니고, 슬퍼 죽겠는 사람이 그럼에도 세상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읽힐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대화를 했어요. 얄 님과의 대화가 저의 큰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고맙습니다.


을지로 오브 운영진이신 오웅진 님은 작가들이 얹을 만한 사안에 대해서만 발언한다,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이쯤부터 텐션이 떨어지기 시작해서ㅠ 그래도 기억에 남은 건 '그럼에도 발언해야 한다' 였던 것 같고 많이 공감을 했습니다. 올해에 본 전시가 하나 있는데요, 제가 생애 최초로 스스로 보고 싶어서 혼자 찾아간 전시입니다. 정말 많은 걸 안 하고 못 하고 살았네요 하하. 진세영 님이 기획하신 <너무 총체적인 문제라서 혁명말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는 제목의 전시였는데요, 제가 그 전시를 통해 얻은 결론이 웅진 님의 말과 같다고 느꼈어요. 나락이고, 밑바닥이고, 다 망했고. 근데 멈출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계속 말하고 싶어요. 이건 저의 요즘 화두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데, 예컨대 정치적 신념 같은 거요. 한때의 저는 마냥 분노했고, 누구를 비웃었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요. 정말 그랬을까. 저는 그때 사실 인스타 스토리나 트위터를 통해 '가질 만한' 신념을 손쉽게 취하면서 알량한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정말로 그 사안에 집중했을까요. 뒤늦게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그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작품으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작품 외에서 신념을 취하면서 나를 그런 식으로 치장하는 게? 저에게도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발언하고 싶어요. 누구에겐 밉보이거나, 함께 찍힐(ㅋㅋ?)까봐 저를 멀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리고 남자가 여성의 문제에 말 얹는다<는 비난과 조롱 속에서도 페미니스트 남성(ㅋㅋㅋ...)으로서 해야 할 발언을 계속 하고 싶어요. 침묵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양다솔 작가님은 독립출판을 시작으로 꾸준히 글을 쓰시는데 글방을 비롯해 정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구요. 1인 브랜딩을 고민하며 포럼 사전예약을 했을 때 다솔 작가님 이야기가 제일 궁금하긴 했어요. 그리고 분야별로 한번씩 손을 들어보게 하셨는데 "문학 하시는 분 있나요?" 할 때 50여명 중에 저 혼자 손들었음(수치사;;).


저는 애매하고 얕고 얕게 습득한 능력들이 정말 많은데요. 여지껏 제가 할 수 있는 그것들엔 눈길도 안 주고 제가 못하는 것만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솔 님의 발제에서 프로페셔널하지 않아도 내 역량만큼의 것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면 돈을 못 받을 것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새로이 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 책이 궁금해졌어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사실 하자센터를 비롯해 대안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 제 또래 분들의 작업물을 잘 즐기지 못하거든요. 이건 제 안에 자리한 짙은 패배감과 열등감 때문입니다. 하하. 그래서 더 제 글을 쓰고 제 음악을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제 것이 있을 때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 동료들의 창작물을 비린 감정 없이 실컷 즐길 수 있을 것 같달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전 아직 참 약하고 비릿비릿한 사람이군요 ㅋㅋ. 그래도 노력할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런 자리를 처음 갔는데 벅차올라서… 무려 손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내향성 97프로 인프피인 제가요… 덜덜 떨면서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는데, 운영위원이신 오희정 님이 제가 학창시절 미치도록 사랑하던 밴드 뷰티풀데이즈의 보컬분이셔서… 주접을 좀 떨었습니다. 개인활동도 계속 하고 계시고 넘 잘 듣고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제 소개를 하면서 유튜버 이연 아니라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다들 웃으시더라구요. 유튜버 이연님은 모두 아시는구나… 부럽다…. 최근에 인스타 피드에서 봤는데 올해에  다른 이연님이 독립출판물을 처음으로 내셨더라구요 ㅋㅋ.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출간 축하드려요.


제 질문은 처음부터 가장 궁금했던, 전문성 없는 사람이 돈을 받고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모임을 주도할 때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관해서였어요. 개인적으로 프로토타입이 아닌 꾸준한 무료로 진행하는 건, 비용을 받고자 하는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지만 제가 전문성이 워낙 없다보니, 다른 프로분들처럼 돈을 제대로 받을 생각도 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종의 셀프 후려치기죠. 저는 오래 밴드를 했고, 지금은 독립출판 작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학은 상담심리학과 나왔습니다(말그대로 나왔어요. 중퇴;). 패널분들이 다 제게 유효한 답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벅차올랐네요. 특히 양다솔 작가님은 그런 생각이 들수록 오히려 가격을 올리라고 말씀해주셨니다. 적당한 비용이 있을 때 모임과 강의에 힘이 생기고 본인도 더 책임을 갖게 된다고. 참여자들도 노쇼 없이 좀 더 진지하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할 거고요. 너무 좋은 답변을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얄 님은 답변을 하시면서 맨 뒤에 보이지도 않을 제 눈을 계속 보면서 말씀해주셨네요. 참으로 다정한 사람이다… 감동.


후기는 이 정도입니다! 며칠 엎어져 있다가 이제야 후기를 마칩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다음에도 또 다른 자리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인스타 프로필도 바꿔보고, 피드도 정말 많이 다듬고 이런저런 점검을 했네요. 저의 무수하고 얄팍한 재능들을 잘 써먹기 위해 고민해보겠습니당. 고맙습니다.


날씨가 완전 좋네요. 저는 이제 뷰티풀데이즈의 고장난 로봇을 들으며 시를 읽을 거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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