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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Jul 14. 2020

새로움과 익숙함_행복은 곁에 있다.

하나.

어렸을 적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툴러서, 어른들이 능숙하게 모든 것을 다루고 해결하는 것을 보면 멋있어 보였던 거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다. 그건 그저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익숙해지다 보면, 그래서 더 이상 새롭게 ‘소비’할 것이 없어지면, 남은 시간은 빈 초콜릿 상자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이제 끝이구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든 것을 소비하지 않고 그 모든 것들과의 인연을 버리지 않고 계속 소중히 간직하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나 소모품이 아니며 깨끗이 닦으면 다시 새 것이 되고 소중히 다듬고 가꾸면 더 값진 무언가가 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익숙함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태어남과 동시에 세상에 많은 것들을 누리게 되는데, 그것들은 모두 우리의 노력 없이 주어진 (given)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주었는데, 그것들은 처음에는 처음이기 때문에 새롭고 즐겁다. 그런데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가 가족의 소중함을 종종 (아니 자주) 잊고 살듯이, 익숙함 때문에 그 대상이 사물, 장소, 순간, 혹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자꾸 그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는다. 그래서 익숙함에는 처음 마음을 계속 떠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7월 초 더운 여름날이지만, 아침 9시경 아직 해가 높기 뜨기 전 그 시간에 지하철이 멀리에서 들어오면서 불어오는 아주 작은, 시원한 바람이 팔을 간질였다. 그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렸을 적 느꼈던 어느 날의 바람과 꼭 비슷했다.



다시 어렸을 때처럼 세상 모든 것에 가만히 조금씩 관심을 갖다 보면, 그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다 보면, 그날 하루가 종일 즐거워진다. 그런 하루가 모이면,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고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다시 행복은 우리에게 찾아온다.


행복은 익숙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아마 어른이들에게도 행복은 이미 가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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