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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버스 Jul 10. 2020

나는 어떻게 가치지향 쇼퍼홀릭이 되었나?

기부는 어렵지만 소비는 쉽다.

Magic Word "어차피, 이왕이면"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어차피"와 "이왕이면"이라는 말이다. 사람마다 물건 혹은 서비스를 살 때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사는 거 이왕이면 ~한 것을 사고 싶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소비 마인드이다.

~한 것에 해당되는 내용은 조금 많다. 구입하는 카테고리에 따라 ~에 해당하는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어차피 사는 거 이왕이면 ~한 것을 사자

1. 유해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것

2. 유기농인 것

3. 포장이 최대한 간소화되어 있는 것 혹은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한 것

4.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것, 윤리적 동물 실험을 시행한 것

5. 유통과정을 최소화한 것

6. 생산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

7.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는 것

...


내가 이러한 가치를 지향하게 된 이유는 사실 아주 단순하다.


1. 유해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것

돈 주고 사는 상품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다면 굳이 그 상품을 살 이유가 없다. 어느새 전성분 표기를 보는 것이 또 다른 취미가 되어버렸다.

처음엔 이게 무슨 외계어인가 싶지만 자꾸 보다 보면 '아! 이게 무슨 성분이었지!'라고 알게 되는 것도 생기고 퀴즈를 맞히는 것처럼 묘한 성취감도 느껴진다.


2. 유기농인 것

내가 사려는 품목에 유기농인 것과 유기농이 아닌 것이 있다면 유해성분 걱정이 없는 유기농을 택하는 것이다. 주로 먹거나 바르는 것인 경우에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가공 식품이라든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리대 같은 것들. 그런데 이건 품목에 따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한다. 이를테면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농산물은 깨끗하게 씻어 먹으면 되고 유기농 면으로 된 의류가 판매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피부질환이 없는 나로서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유기농 의류를 사지 않는 것이다.


3. 포장이 최대한 간소화되어 있는 것 혹은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한 것

이미 밝혔다시피, 나는 쇼핑이 취미인 사람이다. 내 쇼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쇼핑을 도와주는 것마저 즐거운 찐 쇼핑러이다. 쇼핑을 하면 내 손에는 내가 산 물건뿐만 아니라 각종 박스나 쇼핑백 같은 포장재들이 함께 쥐어진다. 물건을 다 꺼내고 그 잔해들을 보고 있노라면 죄책감이 밀려든다. 사실 내가 특별히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다기보다는 쓰레기를 이만큼이나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20% 돈을 또 이만큼 많이 썼구나하는 죄책감이 80%쯤인 것 같다. 거기에 그 잔해들을 일일이 분류하고 부피를 줄여서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는 과정이 정말 귀찮다. 난 단지 쇼핑으로 물건을 갖길 원했을 뿐인데 그로 인해 쓰레기 분류라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이유와 더불어 포장을 줄이면 환경도 보호할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포장이 최대한 간소화되어 있는 걸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4.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것 혹은 윤리적인 동물 실험을 시행한 것

우리는 학창 시절 도덕·윤리 과목을 통해 동물 실험이 얼마나 잔인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주 접해왔다. 고통 속에서 바들바들 떠는 동물들을 보면서 안 할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에서 실험 비글들을 만나게 되었다. 2018년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실험견들도 분양이 가능해졌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실험견은 안락사를 당하는 절차를 밟았던 때라 귀여운 비글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다. 이것이 바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을 원하는 이유이다.


5. 유통과정을 최소화한 것

유통과정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가격만 오르는 것은 아니다. 운송 시간 또한 길어진다. 운송 시간이 길어지면 환경에도 좋을 게 없다. 탄소 발자국 지수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과정이 많아지면 좋을 건 아무것도 없다.


6. 생산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

나는 내가 꼬마일 때 엄마로부터 처음 공정 무역에 관해 접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어린아이들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서 커피콩을 따고 카카오 열매를 따도 그들이 받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야기였다. 엄마는 비싸더라도 힘들게 일한 사람에게 몫이 돌아갈 수 있는 걸 사는 게 맞다며 공정 무역 초콜릿을 사주시곤 했다. 엄마의 조기교육(?) 덕분에 생산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어른이 되었다.


7.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는 것

기부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직접 기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마냥 쉽게 기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삼으로써 그 일부가 기부가 된다는 것은 가장 쉽게 기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제품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부가 되는 물건을 사는 건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엄청난 자연주의자도 환경보호론자도 동물보호론자도 아니다. '어차피 돈 쓰고 쇼핑하는 거 이왕이면 나 말고도 환경, 동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그저 조금 오지랖을 부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쩌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오지랖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같이 지속가능한 소비 해보지 않을래요?" 라는 유혹을 하고 싶은 것이다. 기부는 어렵지만 소비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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