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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Oct 22. 2023

종로구 직장인의 퇴근길

퇴근하면서 쓰는 일기

드디어 끝났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

퇴근 시간 6시, 종로구 높은 빌딩 숲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회사가 종로로 이사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퇴근길에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고 일어났더니 가을은 안보이고 추워진 밤만 길어졌다.

여름에는 오후 6시만 되어도 해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밤하늘이 어둡다.





회사 앞 청계천에는 불빛이 들어오고 거리 공연하는 팀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청계천 다리를 지날 때 차가운 바람이 분다. 바람을 타고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청계천이 흐르는 것을 보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즐거운 사람들과의 웃음소리가 부럽다.

여유가 느껴지는 한 장면이다.




여유와 정반대되는 분위기의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 막 회사가 끝나 퇴근하는 직장인들. 마치 다른 세계 사람들처럼 앞만 보고 걸어간다.

청계천의 아름다운 불빛도 감미로운 거리 공연의 노랫소리도 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두 귀에는 이어폰이 자리 잡고 그들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도 수요일이야. 이번 주 유난히 기네.

앞으로 이틀만 버티면 되니까 동네 가서 간단하게 술 한 잔이나 할까.

친구한테 연락해 볼까.

에이 아니다. 이번 달 월급 받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참아야지.

집에 가는 길에 맥주나 사 가야겠다.

아…. 내일 아침 회의 있구나. 맥주는 내일 퇴근하고 마시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후 6시 종로구 풍경은 다채롭다.

청계천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직장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공존한다.

온도 차가 극명한 풍경에 웃음이 나온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 어쩜 이리 다를까.



청계천을 거닐며 야경을 즐겼던 때가 있었는데.

회사가 청계천 앞에 있는 지금은 그때 그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다. 퇴근 후 회사가 있는 지역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기분만 남았다.

나도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달콤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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