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평범하다

눈부시지 않아 오래 남는 빛

by 나무애

평범하다

: 특별하지 않고 일반적인 상태

: 요란한 성취보다 일상의 결을 지키는 것

: 같은 하루를 다시 사랑하는 능력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요즘, 특별한 계획이 있느냐고.

최근, 특별한 일이 있었느냐고.

그리고 나는 말한다.

별일 없이,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는 쉽게 단정한다.

지루하고 답답한 삶이라고.


하지만 평범은 빈칸이 아니라

하루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바닥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날은 대체로 특별하지 않다.

빨래가 마르고, 밥 냄새가 돌고, 라디오가 낮게 깔리는 저녁.

오늘의 안부를 묻고, 읽던 책에 조용히 끼워 두는 이런 시간들.

평범은 조용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우리를 지켜 준다.


우리는 눈에 띄는 것을 쉽게 사랑한다.

성과, 이벤트, 화려한 사진.

그러다 보니 ‘평범’은 종종 하찮게 취급된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일상을 돌보는 일이다.


문고리를 고쳐 달고, 장바구니를 채우고,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고,

소란을 키우지 않는 선택을 반복하는 일.

그 반복이 쌓여 안심이 된다.


평범은 능력이 아니라 노력일 때가 많다.

퇴근길에 돌아서 들른 마트,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 더 넣는 손길,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조금 일찍 나서는 발걸음.

그 소박한 순간들 속에서

평범은 조용히 유지된다.

그런 수고가 끊기면 일상은 금방 삐걱거린다.


어릴 적, 엄마는 특별한 말을 잘 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비슷하지만 따뜻한 국을 끓였고,

겨울이면 도시락에 보온을 더했다.

밤이면 헤진 양말을 조용히 꿰매 주었고,

내 코트 단추가 떨어지면 단단하게 다시 달아 주었다.

그냥 그런 날들의 합이

나를 안전하게 키웠다는 걸

나는 꽤 오래 지나서야 알았다.

그때 그 평범이, 사실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는 것도.


평범은 여백을 지키는 태도다.

일을 전부 채우지 않고,

하루를 끝낼 때 마음에 작은 자리를 남겨 두는 것.

그래야 누구의 말이 와도 앉을 자리가 생긴다.

빽빽한 하루는 멋있어 보이지만,

여백 없는 마음은 쉽게 부서진다.

평범은 그 여백을 매일 조금씩 마련한다.


우리는 가끔 평범을 잃고서야 평범의 값어치를 안다.

병원 대기실의 의자에서,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 뒤에야,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희소한 축복인지 깨닫는다.

그래서 평범은 우연이 아니라 지켜 내는 것에 가깝다.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미루던 사과를 꺼내고,

늦은 밤엔 휴대폰을 내려놓고 충분히 자는 일.

눈부시지 않지만 삶을 오래 비추는 빛.


평범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곁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내 기분의 날카로움을 줄여

집 안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성급한 판단 대신 한 번의 기다림을 더하고,

불필요한 말 대신 필요한 안부를 묻는 일.

그렇게 지켜진 평범은 함께 사는 사람을 덜 다치게 한다.


물론 특별한 날도 필요하다.

기념일의 케이크, 여행의 바다, 큰 성취의 기쁨.

그러나 특별은 평범 위에서 가장 빛난다.

바닥이 단단해야 불꽃이 아름답다.

일상을 돌보는 손이 있을 때

이벤트는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다시 평범을 견디게 한다.


오늘을 생각한다.

대단한 계획은 없지만

따뜻한 국을 데우고,

문장 하나를 손수 고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심히 다녀와”라고 말하는 일.

그런 사소함이 모여 하루를 완성한다.


내일의 나에게 부탁하고 싶다.

눈부신 것을 좇아도 좋지만

평범을 잃지 말자고.

별일 없는 하루를 가볍게 여기지 말자고.

우리는 모두 결국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걸어 돌아오고,

평범하게 잘 자는 밤을 꿈꾸니까.



다정 한 줄

“별일 없는 오늘을 가볍게 말하지 마세요. 그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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