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 날 시작된 딸래미의 폐렴은 이제 13일이 다 되어간다. 기침과 고열의 반복... 교차복용을 해도 정상체온을 찾기가 어려웠던 초기 일주일은 정상체온으로 살아가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깨닫는 나날들이었다. 아이가 기침을 해 병이 내게 옮든 말든 그런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열을 내려주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침을 진정시켜줄 작은 방법이라도 있다면 뭐라도 시도해보게 되는 엄마로서의 나를 봤다.
다행히 아이의 병은 호전중이다. 우리지역에서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 중인데 아동병원에는 입원실이 없을 지경이다. 아동병원 초진도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해서 우리는 단골 소아과에서 약으로 치료중이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처방하는 항생제는 우리나라에서는 12세 이상에게 처방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은 엄청 고민을 했단다. 진단이 뜨기 전 처방받은 바난항생제가 잘 들었는지 아이의 열이 떨어졌다. 그리고 폐렴검사 후 항생제를 바꿔 최소의 기간만 복용하자며 독시사이클린을 처방해주셨다. 이 약이 안들으면 입원치료를 해야한다고 하셨는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어제, 내 몸에 쎄한 느낌이 들었다.
우선 자다가 코피가 넘어가는듯해 일어나니 진짜 코피가 흘렀다. 끈적한 코피까지 모두 빼낸 후 잠이 들었는데 입에서 피맛이 계속 났다. 그리고 으슬으슬한 한기가 몸에 들어왔다. 물주머니를 데워 등 뒤에 갖다댔다. 아침이 되니 목이 잠겼다. 춥고 처지고 목이 아프고 잔기침. 결국 왔구나.
아이 소아과에 간 김에 내 약까지 처방받아왔다. 윤이가 그랬던 것처럼 약을 먹고 계속 잠이 온다. 내가 아프면서도 여행으로 푹 자지도 못했을 아이가 안쓰럽고 그정도로 넘어가주어 대견했다.
오후가 되어 갑자기 누군가 현관비밀번호를 누른다.
"엄마, 할머니 왔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가보니 엄마가 갈비탕을 끓여 오셨다. 이 더운 날에 그것도 대프리카에서...
엄마는 아직 따뜻한 갈비탕을 국그릇에 가득 떠서 감기에 좋다는 건 다 넣었다면서 다 큰 딸이 그릇을 완전히 비울 때까지 기다리고 빈 그릇에 기뻐한다. 나도 윤이가 밥그릇을 다 비우면 조금 더 나았나하는 마음에 폭풍칭찬을 했었는데 그 모습이 참 닮았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감기도 조금 물러서는 느낌이다. 몸이 훨씬 가볍다, 안그래도 오늘 갈비탕 시켜먹으려고 했었는데 등등 내 느낌을 엄마께 전한다. 어떤 말이든 감사와 사랑임을 엄마가 모를리 없다.
나는 엄마가 아플 때 과일이나 배달음식 시켜드리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정말...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다. 부모-자식의 관계에서 자식은 언제나 '강자'의 위치에 있다. 자식은 그저 잘 먹는 것으로 효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