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 Aug 05. 2024

마이코플라즈마폐렴

의학인이 아닌 내가 이런 걸 기억할만큼 지독하다. 정말...

해외여행을 하루 앞 둔 어느 날, 딸램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엄마의 촉이 진짜 있는걸까? 컨디션도 표정도 보기에는 최상이었지만 요리학원에 아이를 보내놓고 커피를 한잔 마시는 사이, 알수없는 불안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학원을 마친 아이의 손이 뜨끈하다. 이미 여행용 상비약을 받아두었고 토요일, 진료가 끝난 상황이라 있는 약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런데 해열제가 듣지를 않는다. 평소와 뭔가 다른 느낌... 독감인가?


일요일, 공항에 1시까지 도착이라 진료를 고민하던 나는 독감이라면 문을 연 병원에 페라미플루를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독감검사를 했다. 독감이 아니었다. 코로나도 아니다. 목도 붓지 않았는데 열이 난다. 해열제를 먹고 간격이 늘어나지 않고 복용간격이 줄어들었다. 병원에서 해열주사를 맞았고 상비약이 있으니 여행을 다녀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여행 첫날은 해열주사의 기운이 남아있어서인지 복용간격에 따라 열이 올랐다. 여행지 인근에 편의점이 많아 어린이들의 성화에 편의점 쇼핑을 했다. 군것질을 하고 방에 돌아왔다.


첫날 밤, 해열제 기운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오한... 아이도 힘들고 지켜보는 마음도 힘들다. 그래도 해열제 한번으로 지나갔다.


둘째날 낮, 딸래미는 컨디션이 더 별로다. 입이 짧은 아이가 여행을 가니 만나는 음식마다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한다. 덩달아 내 입맛도 뚝 떨어졌다. 이동하는 차에서 자고 깨서 게임하고, 춥고 해열제. 잠시 방긋. 또 춥고.. 의 반복이다. 교차복용과 항생제까지하니 약먹는 횟수가 너무 많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해외에서 아이가 아프니 불안감은 최고조를 찍는다. 패키지여행으로 여자끼리, 남자끼리 2인 1실을 쓰기로 해서 딸래미 간호는 내가 도맡게 되었고 다행이었다. 자유식이라 일본 거리 맛집을 찾았고 스키야키를 먹었는데 아이도 몇 점 먹었다. 그리고 편의점가자는 못말리는 편의점 사랑. 또 편의점에서 과자쇼핑을 했지만 먹지는 않았다.


둘째날 밤, 아이는 밤새 40도까지 고열을 찍었고 불안한 나는 어차피 둘다 잠못드는 밤, 파리올림픽을 시청하기를 제안했다. 옷을 가볍게 입히니 추워해서 한기가 가시기를 기다리며 손발을 주무른다. 해열제가 진통효과는 있어서인지 아이는 팔베개를 하고 올림픽을 시청한다. 그러다 겨우 잠든 아이가 엎드린 아기자세로 끙끙거린다. 아이마다 아플 때 자면서 취하는 포즈가 있는데 딱 그 자세다. 여행이고뭐고 빨리 귀국하고싶었다. 집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셋째날 낮, 이제 이틀 후면 귀국이라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나았다. 여전히 해열제는 들을 생각을 않아 최대로 떨어진 열이 37.8이었다. 그래도 축처지지않고 재잘거리고 장난치고 포즈잡는 딸의 모습이 고마웠다. 가이드님께 상황을 얘기하니 일본은 코로나가 늘어나는 추세라 진료를 안봐줄 가능성 얘기를 하신다. 그리고 해열패치를 사다주셨다. 이미 약도 있는 상태이고 검색해보니 해열주사를 우리나라처럼 척척 놓아주지도 않는것같아 진료를 포기했다.


셋째 밤, 이 때가 최고조였는데 해열제를 거부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무턱대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해열도 잘 되지 않아서 너무 힘들면 먹자고 하고 올림픽을 시청했다. 끙끙... 39.7인데도 해열제 거부. 춥다더니 잠시 잠들고 다시 깨는 아이에게 억지로라도 해열제를 먹여야할 것 같은데 약을 먹으면 토할 것 같다는 말에 옷을 벗기고 양말만 신긴 채 손과 발만 주물렀다. 그러다 아이가 내 침대로 넘어와 나를 안는데, 몸이 너무 뜨겁다. 40도가 넘었고 체온계에 빨간불이 떴다.


"윤아, 이것봐. 이제 진짜 해열제 먹어야겠지?"

"응"


새벽2시에 해열제를 먹었다. 오한이 가시니 덥단다. 옷을 홀딱 벗기고 양말만 신긴채 미온수로 몸을 적신다. 꺄르르거리며 간지럽고 시원하다는 아이 말에 나도 따라 웃는다. 빨간 얼굴로 헥헥거리면서도 다리를 더 닦아달라, 뒤집어 누울테니 닦아달라는 아이가 다행스러웠다. 새벽 4시가 되니 37.8이 되어 우리는 티비를 끄고 자기로 했다. 비몽사몽... 아침이 되니 피곤함으로 인한 짜증이 막 차올랐다. 무서운 밤을 보내고 낮에는 해열제를 복용하면 37.7~8을 왔다갔다하고 여전히 열이 오르기 전에 오한이 든다. 그래도 이제 해가 뜨면 집에 가는 날이다.


넷째날 낮, 해열간격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오한이 든다할 때마다 불안하지만 지난 이틀보다는 까불고, 농담도 더 한다. 여전히 입맛은 없지만 겨우 조금씩 먹긴 했다. 그리고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돌아오니 북해도와 다른 온도가 숨을 턱 막는다. 그래도 익숙한 장소가 주는 안도... 어떤 일이 생겨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아이가 열이 난지 6일차에 다니던 소아과에 갔다. 아동병원은 대기만 2시간이었고 입원 권유일 것인데 아이 컨디션은 조금씩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단골 소아과로 갔다. 약을 바꾸고 수액을 맞고 폐렴 검사를 했다. 밥을 잘 먹냐는 말에 귀국후 밥을 뚝딱 비워내서 다행이다싶었다. (못먹고 처지는 경우에는 입원을 해야한다. ) 열이 떨어지면 평소처럼 놀고 춤추고 만들기를 하고, 못먹었던 것들을 채워넣는 듯이 계속 먹을 것을 찾았다(밥, 멸치. 김치, 참치, 김, 미역국, 콩나물국, 김치찌개, 간장비빔밥, 복숭아, 카스테라 등...).


7일차 아침 진료에서 폐렴 양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인지를 알려면 오후 5시가 되어야한다했다. 엉덩이해열주사만 맞고 집으로 왔고 열이 떨어지지않아서 한시간 후, 덱시부브로펜을 먹였다. 이 때부터 땀을 뻘뻘 흘리더니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5시가 되어 소아과에서 전화가 왔다. 마이코플리즈마폐렴 양성이고 변이종이라했다. 항생제를 바꿔야하니 다음날 아침에 진료를 보러 오라고 한다.


8일차 아침, 병원에 갔더니 상태를 물으신다. 열이 떨어졌고 음식도 너무 잘 먹으며 컨디션이 괜찮은데 한번 기침이 걸리면 끝없이 하고ㅠㅠ 가래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여행갈 때 가져갔던 항생제가 이 폐렴에는 듣고 바뀐것은 아닌데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효과가 있으니 바뀐 항생제를 그대로 먹어보자했다. 그리고는 일요일, 지금이다. 하루 꼬박 열이 내렸던 아이는 엄마가 너무 마음을 내려놓는다싶은지 다시 열이 오른다.ㅠㅠ 오마이갓.. 그래도 가장 힘든 시기는 지나갔기를..


아이가 아프니 걱정과 불안이 온 몸을 뒤덮어 나오는 숨은 한숨이다.


지독하고도 지독한 마이코플라드마폐렴,

아무래도 지금은...

아이가 다 큰 후에 이야기 할 에피소드 생성 기간인가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셔틀맘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