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

by SuyoungJ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한 6개월쯤 되어 간다.

처음 시작할 때 보다 페이스도 체력도 좋아진 게 눈에 띈다.

노력하면 더 빨라지겠지, 나도 4분대 페이스가 곧 가능하겠지 라며, 웨이트 운동 루틴을 바꾸면서까지 러닝에 투자했다.


하지만, 더 이상 페이스도, 체력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 '요즘엔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거야'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더운 날씨로 금방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핑계일 뿐, 정확한 원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왜 나는 실력이 늘지 않는 건가? 운동량이 부족해서? 뭐 그게 문제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왔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에 러닝이 무서워지고, 싫어졌다. 러닝이 좋다며 아내에게도 권하던 내가, 뛰는 게 두려웠다.

'그냥 러닝 때려치우고, 하던 헬스나 할까?'

그러다 문득, 지금까지 뛰었던 기록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보다 빠른 기록에 우쭐해해 던 그 기록들, 그건 우쭐해할게 아니라 조절해야 했던 거였다. 나를 돌봐야 되는 속도였던 거다

내 몸뚱이는 지금 그 속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 물론 컨디션이 좋으면 할 수는 있지만, 지속할 수 없는 속도였던 것이다. 얼마나 빠르다고, 생색이냐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맞지 않는 속도였다.


그 이후 천천히 뛰기, 천천히 오래 뛰어보기를 해보니, 매번 헐떡이며, 워치에 찍히는 기록만 보던 내가, 주변을 보며 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뛰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였다니, 이래서 즐런이라고 하는 건가 싶었다. 앞으로도, 지금의 속도로 러닝을 오래도록 즐기려 한다. 더 나아가 내 삶의 속도도 진지하게 점검해보려 한다. 너무 빠른 거 아닌지, 너무 느리게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솔직히, 좀 느리면 어떤가? 그 또한 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