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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Oct 05. 2024

견주의 변태기질

불편하신 분은 지나치시길

나는 지나가는 개만 봐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사람이긴 하다.

세상 모든 개가 나를 좋아해 줄 것 같고 나도 세상 모든 개를 좋아한다.


그런 내가 크림이를 키우면서 몰랐던 나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나는 크림이의 고소한 발냄새를 주기적으로 맡아줘야 했다. 이 행위는 대부분의 견주들이 하는 행동이다. 오죽하며 개 발에서 나는 꼬순내를 충전하다고 표현할까? 여하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견주들은 주기적으로 개 발의 꼬순내를 맡곤 한다.


지금부터가 개를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 다소 불편한 나의 새로운 모습이다.


나는 크림이 입 근처에서 풍기는 콤콤한 냄새도 끙끙거리며 맡곤 한다. 여기서 끙끙거리는 게 개가 아닌 작가 본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코를 쏘는 듯 풍겨 오는 특유의 크림이 냄새도 향기로울 지경이다.

요즘 아파트 입구에서 풍기는 만리향 냄새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텁텁하고 구린 이 냄새에 난 중독 된 모양이다.

그러다 입도 한번 살짝 깨물어 보고 촉촉한 코도 깨물어 본다. 깨무는 것도 내가 하는 행동이다.

결국 잠재된 변태기질이 크림이를 통해 발견된 것 같다.

(불편하시거나 불쾌하신 분들은 지나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끔 사람 보다 개가 더 좋을 때가 있다.

가끔이 아닐 수도 있다.


얼마 전 방송인 전현무가 말했다.

"사람은 믿지 않지만 개는 믿는다."


ONSEN 네이버 뉴스 캡쳐


옴마~~ 나랑 똑같네..

전현무는 사람을 믿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고 했다. 내게는 그가 가진 그런 능력은 없지만

개를 믿는다는 그의 말에 당연하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람이나 돈에 뒤통수 맞아 본 적도 없고 (주식에는 여러 번 맞아 본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일이든 인간관계든 인간사 모든 것에는

적당한 눈치. 적당한 친절. 적당한 관심, 적당한 양보, 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밀당하기가 안되면 종종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크림이와 있으면 정신적 노력의 품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크림에게는 중요치 않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있어도 크림이는 한결같이 꼬리를 흔들고 핥는다.

운동 후 시큼한 땀냄새를 몸에 휘감고 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파 누우면 같이 옆에 눕고 내가 움직이면 그제야 따라 발을 뗀다.


그러니 내가 변태처럼 끙끙거리는 개 엄마가 되어도 이상 할 게 하나도 없다.

계산하지 않고 교감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사람과 개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두기 힘든 자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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