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안 먹을 수는 있지만 치킨을 안 먹기는 힘들다.
배달 앱만 누르면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치킨이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 집만 그렇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 상에 양념 통닭이 오르는 날은 드물었다.
양념통닭 가게는 집 근처 시장 입구에 있었다.
지금은 드물지만 그때는 처갓집 양념통닭과 쌍두마차를 이루던 멕시칸 양념 치킨이 대세였던 시절이었다. 시장 입구에 있던 치킨 집도 멕시칸 양념 치킨 집이었다.
기름 냄새와 고소한 닭튀김 냄새가 묘하게 끈적한 느낌의 가게 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집중시킨 것은 갓 튀겨져 나온 치킨 조각들이 대야에 부어져 윤기 나는 빨간 양념과 섞이는 모습이었다.
플라스틱 대야 안에서 큰 주걱 두개의 현란한 움직임과 동시에 슥슥 소리를 내며 양념과 버무려지는 치킨 조각들을 나는 늘 집중해서 바라보곤 했다.
온 가족이 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던 양념통닭..
동생과 나는 입 옆에 빨간 양념을 가득 묻히면서도 발골이 힘들어 살이 다 붙은 닭 뼈를 상위에 올려놓다 아빠에게 잔소리를 듣고 했다.
세월이 흘러 유튜버들의 치킨 먹방을 보며 내 발골 실력도 아주 향상되었고 치킨은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치킨 값 역시 오경박사도 놀랄 만큼 비싸졌다.
그날 나는 달고 짠 노란 가루가 한가득 입혀진 치킨 콤보를 주문했다.
배달료를 포함하니 26000원이었다.
나는 배달료도 줄이고 운동 삼아 걷기도 할 겸 치킨을 주문 후 가게로 가지러 가기로 했다. 그럼 23000원에 치킨을 먹을 수 있다.
저녁 공기가 기분 좋을 정도로 시원했다. 하지만 가게는 내가 생각했던 곳 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다. 걸으면서도 돌아갈 일이 걱정 되기 시작했다. 낭패였다.
돌아가는 시간이 걸어온 시간만큼 걸리니 그 사이 치킨이 다 식어 버릴 것 같았다.
식음과 동시에 단짠의 노란 가루가 입혀진 치킨은 눅눅해질 것이 뻔했다.
결국 나는 치킨을 받아 들고 우회전 중인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말았다. 기본료부터 이미 아끼려던 배달료를 넘어 버렸다. 나는 미터기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손해 본 금액을 백 원 단위로 계산해 댔다.
택시 안에서 미터기를 쳐다보는 내 모습이 대야에 버무려지는 치킨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어릴 적 그때와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머릿속으로 산수를 오지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기사 아저씨가 반가운 한마디를 던졌다. "여기서 세워 드릴까요?"
우리 집은 2단지였지만
기사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나는 얼른 1단지 앞에서 내렸다.
배송비를 아끼려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그날
나는 치킨 값이 비싸 괜히 슬펐다.
내 바보짓을 조롱할 생각에 남편은 신이 났다.
"그래서 택시 비가 얼마였냐고?"
라며 계속 물어보는 이 인간...
하지만 나는 일본 순사 앞에서 조직의 비밀을 끝내 불지 않는 독립투사처럼 택시비를 절대 말하지 않았다.
국민 먹거리 치킨도 더 이상 가볍게 주문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물가의 고공 행진 속에서 치킨 값도 굳이 발맞추어 오르고 있다.
어릴 적 우리집 상에 오르던 귀한 양념 통닭 처럼 몸값이 비싸지고 있다.
괜히 치킨 값에 화풀이하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