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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관 Jul 23. 2022

각자의 온도

l 나의 온도가 궁금하다면  ...  !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온도에 민감해졌다. 따뜻한 밥은 밥대로, 시원한 맥주는 맥주대로 본질이 지닌 고유 온도를 유지한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겠지만 나는 커피도 식는 게 싫어서 가능하면 빨리 마시는 편이다. 반 정도 마신 커피가 약간의 온기만 남아 미적지근한 상태가 싫기 때문이다. 찌개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상태가 유지될 때 훨씬 찌개의 본질에 가깝고 칼칼한 맛도 더 강렬하다. 그래서 끓이면서 먹으면 가장 좋다.      

  

그러니 열을 오래 유지 시켜주는 돌솥이나 뚝배기를 좋아하고 입천장은 언제나 온전하지 않았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 몇 번에 나누어서 자주 퍼먹는다. 단순한 이유지만 먹다 밥이 식는 게 싫어서이다. 물론 사 먹는 밥은 그럴 수 없겠지만 집에서는 온도 유지를 위해 조금씩 자주 밥을 푼다. 밥이 밥만의 온도를 유지할 때 아삭한 김치나 따뜻한 스팸이 본연의 맛에 훨씬 충실해지기 때문이다.       

   

소주를 마실 때도 얼음이 채워진 통에 꽂아 놓고 다 마실 때까지 냉기를 유지하며 마신다. 반 정도 마신 소주가 미지근해지면 맛도, 알싸한 목 넘김도 상실해버린다. 그러므로 소주는 냉장고에서 나왔을 때 온도를 유지하면서 마신다. 소주 냉장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도 냉동, 냉장, 김치 이외에 주류라는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온도는 중요하다.      


사막여우


온도는 생존의 본질이다. 수십 도의 일교차를 보이는 사막에서 사막여우는 길쭉하고 큰 귀로 체온을 조절하고, 땅굴을 파고 사는 미어캣은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굴속 차가운 바닥에 배를 대고 온도를 유지한다. 

사람도 36.5도를 365일 유지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체온은 면역력과도 상관관계가 있을 만큼 중요하다.       


온도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수치로 분류할 수 없는 냉정이나 열정 같은 가치의 온도,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교감의 온도는 물리적 온도보다 훨씬 삶에 의미를 더한다.         

사랑도 각자의 온도가 비슷할 때 이루어진다. 미지근한 상대 때문에 나의 심장이 들끓는다거나, 외면과 비난으로 심장이 얼어 붙어있는 상태에서는 각자의 온도에 맞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밥은 밥대로, 맥주는 맥주대로 각자의 온도를 유지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닐까 과연 나의 온도는 몇 도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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