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공감, 쉽게 허락되지 않는 덤
“퇴사하겠습니다.”의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신문 오사카 본사의 데스크 업무를 맡은 중간관리자이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은 산더미처럼 옷을 사거나 화장품도 비싼 것만 고집하고 맛집을 미리 체크 해두고 찾아가 먹을 정도로 기형적인 소비습관을 가졌는데 마치 돈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적한 가가와현 다카마쓰 총국 데스크로 이동 발령이 나면서 비로소 돈이 아닌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본인 이야기를 한발 물러서서 제삼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가감 없이 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잘 아는 이야기에 진정성을 담으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무기가 된다.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에세이를 읽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글들이 넘쳐흘렀고 작가들마다 표현방식도 달랐다. 하지만 서점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해서 꼭 좋은 책이 아니었고 인지도 높은 작가라고해서 글이 기름지지도 않았다. 유명인들처럼 이름이 곧 간판인 사람들도 내용이나 표현방식에 따라 인기에 영합한 출판사의 기획인지, 진솔한 그들의 진정성인지 가늠되었다. 또 의사나 교수들처럼 전문가집단이 쓴 에세이는 주제가 한정적이라 산문 특유의 촉촉함 보다는 전문서적 같은 건조함이 느껴졌다.
글 쓰는 사람에게 독자와 공감은 엄청난 숙제이자 부담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란 불가능하지만 모두를 염두에 두고 싶은 게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메시지 전달보단 팩트를 기반에 두어야했다. 그만큼 공감은 쉽게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원의 작가 “아시다 지로”는 글을 쓸 때 딱 두 가지만 염두에 둔다고 했는데 첫 번째 쉽게 쓸 것, 두 번째 아름답게 쓸 것, 얼핏 쉬운 이야기 같지만, 글을 써보면 쉽고 아름답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거기다 공감이라는 토끼까지 잡고 싶다면 자칫 글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에세이를 쓰기 위해 에세이를 읽는데 감성이 아니라 학습이 되어버렸다.
“산문이 왜 산문인데.”
흩어진 문장,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문장 그래서 더 어려운 문장이 산문이다. 이나가키 에미코가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가감 없이 써 내려간 문장처럼 담담히 쓰고 공감은 덤으로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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