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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프 Sep 08. 2020

황당했던 페이스북 해킹

 6년 전 어느 날, 페이스북 알림이 떠서 들어가 보니 댓글들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뭐야, 해킹 당함?”

 이상하게 생각하며 내 프로필로 들어갔더니 방금 전 내가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내 프로필 사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인 여자가 어떤 남자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으로 바뀐 상태였다. 더불어 내 이름은 ‘Amelia’였다.      


너무 황당해서 아직 지우지 않은 문제의 사진


 이름을 바꾼 것으로 모자라 이 여자는 각종 그룹에 승인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그룹에서 승인되었다는 알림이 계속해서 떴다.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나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내 페이스북 계정에서 알 수 없는 이메일이 추가 되었다. 이윽고 내 네이버 메일이 계정에서 삭제되었다는 메일 또한 도착했다. 내 이름, 내 사진, 내 이메일이었던 그 페이스북 계정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로 들어가 그동안 내 계정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한 것이 아니었다고 클릭했다. 그리고 꽤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페이스북은 내가 진짜 인지 테스트했다. 내 친구들의 사진이 나오고 이름을 맞히는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테스트에 통과한 나는 계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그 여자의 이메일 계정도 삭제했다. 하지만 한동안 나는 그 여자가 그 몇 시간 동안 가입했던 수많은 그룹들에서 탈퇴를 해야 했다.


 지금도 내 계정을 해킹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보통 해킹을 하면 이름이나 사진은 바꾸지 않고 도박이나 음란물을 올리지 않나? 생각해보면 그 사진 속 여자도 사진을 도용당했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가끔씩 친구들이 찾아와 그 사진에 성지순례 댓글을 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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