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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프 Oct 30. 2020

병원복과 치킨

시트콤 인생 1회 추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보통 금요일에 퇴근 후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쳤던 무릎과 최근 아팠던 허리와 목을 치료받고 나면 일주일의 피로가 눈 녹듯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제 제법 긴 시간을 치료받아 친해진 물리치료사와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난 후 탈의실에서 멍을 때리며 병원복에서 내 옷으로 갈아입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가방에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병원에서 집까지 가는데 1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집에 도착한 나는 겉옷을 벗고 누운 채로 치킨을 시켰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러 어느새 벨이 울렸다. 현관문을 가면서 옆에 있는 거울을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병원복을 입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치킨을 받음과 동시에 병원에 전화했고 병원복을 입고 집에 왔다며 횡설수설했다. 어이없어하는 물리치료사의 목소리를 전화 건너편에서 들으며 거실로 온 나는 내 옷도 집에 잘 있음을 확인했다. 아까 심하게 멍을 때린 상태로 옷을 갈아입다 보니 바지는 제대로 갈아입었는데 윗옷은 입은 채로 내 옷을 입었던 것이다.     


병원복,,


일단 옷을 놓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고 물리치료사는 다음 주 치료 때 옷을 갖고 오라고 했다. 알겠다고 대답한 후에 다음 주에 옷을 갖고 오지 않으면 소매치기로 신고하겠다는 농담을 들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소매치기는 이 상황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절도면 몰라도…. 어이없어.’ 사실 병원복 입고 집에 온 내가 더 어이없긴 하지만.     


조금 안심했지만, 아직 당황이 한 줌 남아있었던 나는 허둥지둥 치킨을 부엌으로 가져가다 치킨을 상자째로 쏟고 말았다. ‘양념’치킨을 좋아하는 나는 바닥에 양념을 흥건히 쏟았고 치킨을 먹는 행복한 시간은 잠시 뒤로 미뤄진 채 10분 넘게 박박 닦았다. 빨갛게 물든 바닥을 휴지와 물티슈와 걸레로 지워가면서 생각했다. 왜 내 시트콤 인생은 계속되는 걸까…. 내 탓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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