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내 마음속 장애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후 지난 6주간 매주 토요일에
지체장애 혹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봉사활동을 했던 곳은
한 복지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의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이었는데요.
거기에는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말하는 것조차 불편한
장애인들이 많았는데,
더러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했던 한 달 반 동안
2주 차까지는 솔직히 꽤나 많이 힘들었습니다.
출발 전엔 어김없이,
이번 주도 꼭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게다가 찌는 듯한 늦더위에 의욕도 반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갖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 탓에
이래저래 괴롭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들에 대한 연민(憐憫)의 감정이 오히려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을 흩트려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봉사활동이 조금은 익숙해질 무렵,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제 마음은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고
또 제가 그들을 보며 느끼는 마음속의 갈증 또한
조금씩 더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봉사활동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의 지원자들은 계속 바뀌기에,
이런 잦은 이별은 그들에겐 오히려
무덤덤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이 아쉬웠는지,
중증 장애인 분들은 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그들이 오랫동안 준비했던 합창을 들려주었습니다.
솔직히, 저를 비롯한 다른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런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맑디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만들어 낸 서툰 음색의 하모니는,
세상에 찌들어 있던 제 자신에게
아름다운 음파(音波)의 짜릿한 파장(波長)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누가 누굴 도우러 왔는지조차
헷갈릴 정도의 맑고 투명한 소리.
정작 마음속에 장애를 갖고 있는 건
그들이 아니라 바로 저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합창을 숨죽이며 듣던 그 순간,
온갖 더러운 것들에 찌들어 있던 제 마음속
그리고 오염된 것들로 가득했던 제 몸속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작별하는 마지막까지도
어떤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제 몫이었지요.
그렇게 저는 그 자리에서,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인 장애인이란 걸
새삼 느꼈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말고
또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누군가를
대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들을 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저도 이제는 단지 연민의 눈빛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짧은 봉사활동은 끝났지만,
편견 없는 마음가짐으로의 진정한 봉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