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문턱입니다.
지난 여름의 추억이 하나씩 여무는 동안
바람결도 하루가 다르게 시원해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아직 남아있고
또 눈앞의 푸르름도 아직 여전하지만,
서서히 황금빛으로 빛나며 익어가는
들판의 벼이삭에도
그리고 울창하게 자라있는 나무들의 잎새 끝에도
이미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절은 이미
가을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름의 끝자락을 다 넘지 못했는지,
며칠 전에는 때늦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이젠,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비교적 선선한 초가을의 밤이 찾아왔습니다.
그런 초가을 밤은,
독서하기에 좋은 시간이고
또 달과 별이 뜬 도시의 하늘을 보며
메마른 감성을 되찾기에도 딱 좋은 시간입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 녹차 끓이는 소리,
그리고 나무와 풀 옆으로 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창문을 활짝 열고,
가을의 문턱에 잘 어울리는
도시의 모던 재즈 음악을 골라 에어팟에 재생시키면서
"아.. 가을이다" 하고 마음속으로 미소 짓습니다.
잠시 후, 창밖에서 들어오는
어제보다도 더 시원해진 밤공기를 느끼며,
냉장고에서 포도 한 송이 꺼내 하나하나 쏙쏙 따먹고
가벼운 소설책 한 권 골라 슬쩍슬쩍 넘겨 읽으며,
금요일 밤의 여유를 찾아봅니다.
그래도 9月이고 그래도 이제 곧 완연한 가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