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 brav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레인 Jan 31. 2021

녀석의 자폐적 특성에 관하여


내 글이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있어서 걱정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어떤 순서로 글을 쓰는 것이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도하려는 분들께 더 효과적일까 고민이 되었다. 일단 녀석이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상황이고 상태였는지를 안다면 책 읽어주기를 시도하시는데 주저하는 마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녀석의 특징을 써보고자 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특별히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부재와 행동적 매너리즘과 연관된 뇌기능의 발달지연으로 야기된 증후군이다. 특정 행동에 집착하거나 반복하기도 하고 일상적 스케줄이나 패턴의 일부 혹인 전체적인 변화를 거부한다. 현재까지 유아 자폐증, 자폐증, 자폐성 장애, 전반적 발달장애라는 용어가 점점 범주가 넓어지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마치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양한 색깔로 펼쳐져 보이는 스펙트럼처럼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들도 증상적 특성과 성향과 프로필이 각양각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폐증이란 말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첨가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크게 언어 및 의사소통의 지체, 사회성 지연, 행동적 매너리즘으로 제시되는데 녀석도 이 세분야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었다.*

* 출처: 양문봉, 신석호(2011), 「자폐스펙트럼 장애 A to Z」, 시그마프레스



녀석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였다.

몹시 산만해서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행동과 손을 앞으로 모아서 흔드는 행동을 하였다.

소리에 민감해서 극장이나 수영장 같은 소리가 울리는 공간에는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손을 잡거나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스킨십을 싫어해서 안아주려 하면 벗어나려고 하였다.  

녀석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언어 발달이 상당히 지연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만 6세에도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기가 어려웠다.  

스케줄이 변경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치료시간이 바뀌면 아예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치료실을 갈 때도 다니던 길로 가지 않으면 뒷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기도 하였다.  

선생님이 바뀌면 관계가 형성될 때까지 몇 주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식과 달리 바퀴를 계속 돌린다거나 텔레비전 만화 같은 프로그램보다 광고 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가면 혼자만 모래놀이에 심취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한번 기분이 상하게 되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울기도 해서 외출을 했다가 몇 시간 씩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난처한 경우도 많았다.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을 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왜 기분이 나빠졌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자신이 집착하는 대상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이름을 불러도 자신을 부르는지 알지 못하였다.

나중에야 느낀 것이지만 기억을 사진 찍듯이 하는 것 같다. 풍경이나 길에 작은 변화, 예를 들면 전신주가 생겼다던가 하는 나는 눈치채지 못한 변화를 다 알고 있었다


책 읽어주기를 하여서 녀석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의사소통능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의사소통능력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하고 기본적인 능력이다. 의사소통능력이 없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이해시키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 의사소통능력이 발달하게 되니 녀석이 자폐적을 특성을 보일 때 왜 그러는지를 알 수 있었고 녀석은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통해서 많은 감정과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었지만 미미하게 남아있는 특징도 있고 여전히  많이 개선해야 할 특징들도 있다. 나와 녀석은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나는 녀석의 특징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녀석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되었다. 녀석은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나와 함께 작은 시도들을 거듭하면서 완화할 수 있었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 등 사회성 지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기억력이 탁월하고 관심분야에 집중력이 좋아서 좋아하는 과목은 놀라울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실에 기반하는 공부는 가능하지만 상상력, 창의력이 필요하거나 의미 부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녀석은 책 읽어주기를 통해서 지연되었던 언어소통능력이 발달하였고, 그  발달이 마중물이 되어  사회성 측면에서 안 되는 부분도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다른 영역의 지체들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녀석은 이제 좋아하는 역사를 더 깊이 공부하싶어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들어봤을 비법, 책 읽어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