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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Dec 25. 2021

자폐인이 인문고에서 살아남기 2

자폐인이 공부하는 법

녀석에게 대학에 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입학이 다가오니 걱정이었다. 녀석은 중학교 3년동안 책상에 앉아하는 공부를 한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 과정은 매우 어렵기 때문다.


자폐인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공부라는 것은 결국 개념을 아는 것이기 때문에 자폐인에게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이 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일단 수행평가를 열심히 하고,  쌓고 연결해서 실력이 생기는 영어, 수학은 공부과목에서는 제외하였다.

녀석은 집중이 어렵기 때문에 학교수업을 통해서 지식을 배우기 어렵다. 일대일로 공부를 해야 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줄 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국어와 인문, 사회과목을 가르치기로 했다. 영어도 해보려 했지만 아는 단어도 문법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서 영어도 숙제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때는 통합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생물, 지구과학, 물리, 화학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생물이나 지구과학은 어찌해보겠으나 물리, 화학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였다. 녀석을 가르쳐주실 분을 찾아야 했다.

 

맘 카페에 가입하여 집과 가까운 곳에 과학학원 정보를 얻었다. 평이 좋은 과학학원에 용기를 끌어모아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반나절쯤 후에 연락이 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이지만, 이해력은 있는 편이다. 아이를 데리고 상담을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상담을 가서는 '일단 시작해보고 선생님께서는 힘들다 하시면 조금도 섭섭해하지 않겠다'고 시작이라도 해주십사 간곡히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도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한 번 해보고 그 후에 결정을 하자고 하셨다.


첫 수업후에 다행히도 녀석을 받아주셨다. 선생님 전화를 받으며 마음을 졸였던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후에 선생님의 조카도 자폐아동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몇 달이 지난 후에 공부를 잘 안 하는 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들보다 이해력과 학습태도가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1학년 내내 녀석에게 통합과학을 가르쳐 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학교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발달이 멈춰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3년 동안 녀석은 자라 있었다.  다행히도 녀석은 중학교때보다 집중시간도 길어져 있었고 꾸준히 독서를 해서 인지 어휘력을 바탕으로한 이해력이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레 쌓이는 기초학습이 쌓여지지 않아서 기초학습을 위한 시간이 많이 걸리었다. 집중시간이 짧으니 매일 꾸준한 시간을 조금씩 공부해야 했다.


해볼 만 하다는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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