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보다 골목길을, 유명 맛집보다, 소박한 로컬 식당을.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을, 으리으리한 호텔보다는 소박한 호텔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식당보다는, 현지인들이 허기를 채우는 작은 식당을 선호한다.
물론 경비 절감면에서도 탁월하다. 뭐든 반값, 3/1 가격이니.
유명카페에서 3,4000원에 먹는 아보카도 스무디를 로컬 작은 카페에서는 1000원이면 마신다.
단, 플라스틱의자에 내 두 궁둥이를 욱여넣어 앉아야 하고. 시원한 에어컨 대신에 여러 사람과 셰어 하는 회전선풍기.
운이 좋다면 단독으로 선풍기를 독차지할 수도 있다.
이런 날은 오래 머물러줘야 한다.
언젠가부터 유명 관광지를 다니는 대신, 그 도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여행 초반엔 쪼리를 신고 다녔는데, 요새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다닌다.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택시 비용이 저렴해서 늘 택시를 이용했는데, 극악무도한 더위가 아니라면 두 발로
도시 곳곳 골목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작은 동네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관찰하는 게 더 흥미롭다.
보통 상인들은 가게 앞 간이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배달 음식이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다.
너무 대놓고 쳐다보면 실례니 힐끗힐끗 쳐다보면 우리가 관광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은 거의 없다.
생선류의 조림반찬, 야채반찬, 가정식을 주로 먹거나, 한 그릇요리를 많이 먹는다. 향채소가 듬뿍 들어간 국수나 볶음면.
힐끔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웃어본다. 상대편도 웃어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보통은 눈을 돌린다.
식사시간만큼은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어디에서 주문한 음식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고 터벅터벅 걷는다.
걷다 보면 동네 주민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는 작은 카페가 있다.
자리가 있다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들어간다.
영상을 찍으며 들어간다면 모두가 주목하지만, 보통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자리에 착석하면 다른 사람들이 뭘 마시나 은근히 관찰하고, 그들이 먹고 마시는 걸 주문하는 편이다.
보통은 메뉴선택에 성공하는 편인대, 이 한마디를 곁들어야 선택한다.
덜 달게 해 주세요! 덜 짜게 해 주세요!
오늘도 아침을 먹으러 느지막이 일어나 느지막이 나와 10시가 다 된 시간 쌀구수를 먹으러 갔다.
소고기 양지 살코기가 듬뿍 들어간 로컬 쌀국숫집이었다. 포박당. 이름마저 뭔가 퍼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큰 사이즈 소고기 쌀국수 70000동, 미듐 사이즈 쌀국수 45000동 한화 3000원이 안 하는 돈이다.
거기에 요유띠아오 [중국식 튀김]을 함께 주문해 한화 3000원 정도 냈다.
갖가지 향채소에 라임이 수북이 있다. 물론 향채소는 다른 이들과 셰어 하는 느낌.
재활용하는 건 다반사고 100% 감안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나는 생선맛 나는 잎채소를 먹고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 늘 그 향채소와 비슷한 채소를 보면 조금 뜯어 맛을 본 후에 쌀국수에 넣는다,
다른 모든 것을 잘 먹지만 그 비린내 나는 잎채소는 절대 못 먹겠더라.
향채소를 넣기 전 오리지널리한 국물부터 한입 맛본다. 음. 성공적이다.
맑고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은 개운한 맛의 쌀국수 국물.
보통 베트남의 쌀국수 면이 한국보다 더 풀어진 형태로 나온다.
라면 꼬들 파는 조금 힘든 면의 식감. 이가 없는 노인이나 아기들도 잘 먹을 수 있는 면의 식감.
향채소와 숙주를 듬뿍 넣고 라임을 하나 쭈욱 짜 넣고 고루 섞어 한입 먹는다, 아삭한 채소와 부들부들한 면이 너무 조화롭다.
쌀국수를 반정도 먹다 보면 국물이 줄어든다, 완전히 줄어들기 전 아까 주문했던 요 우띠 아오를 국물에 넣는다.
요 우띠 아오를 잠시 잊고 국수를 먹고 있으면 나중에 빠똥꼬가 푹 퍼져버린다. 그때 집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이열치열 땀 흘리며 한 그릇 먹고 나와 또 다른 골목을 걸어 다닌다.
현지인 아주머니들이 있는 로컬 카페를 발견했다. 나는 보통 현지인에게 가격을 물어보고 주문을 하는 편이다. 덤터기 방지랄까..?
아보카도 스무디 1000원 두리안까지 섞어준다고 한다.
망설일 필요 없이 무작정 앉았다.
로컬 플라스틱 테이블과 간이 의자에 엉덩이를 구겨 넣고 선풍기 앞자리에 벌게진 얼굴과 몸을 식혀본다.
주문한 아보카도 스무디가 나왔는데, 이가 시리고 머리가 깨질 정도의 스무디를 생각했던 나는 순간 멈칫하게 된다.
미지근하다. 미지근해.
그래도 함께 내어준 얼음이 동동 띄어진 짜다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짜다 베트남식 티]
카페의 뷰는 도로. 매연 마시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한 시간 남짓 앉아 쉬었다가, 반짱쫀을 사러 간다.
반짱쫀은 한국 학생들의 사랑 떡볶이 마라탕 같은 베트남 학생들이 사랑하는 베트남식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이스페이퍼와 메추리알 오징어포 채 썬 망고 설탕 라임 등등을 넣고 버무려 만든 간식인데, 처음 먹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먹다 보면 그 매력에 빠져 한동안은 매일매일 생각난다. 나는 바로 반짱쫀을 먹는 것보다 좀 두었다가 먹는 걸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반짱쫀의 주재료 라이스페이퍼가 쫀득하게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어제 휴무라서 헛걸음을 하고 돌아왔는데 다행히 오늘은 영업을 하신다. 두 부부가 정말 작은 공간을 빌려 운영하는 노포 반짱쫀 노점이다.
반짱쫀 1인분에 22000동 2인분을 샀다. 내일 것까지 사놓는다.
[그래도 맛있음]
내가 줄을 서자 내 뒤로 여학생, 남학생들도 줄을서 반짱쫀을 주문한다.
그래 여기가 한국의 떡볶이 집이야.
반짱쫀을 넣은 비닐봉지를 흔들흔들 거리며 뜨거운 낮 햇살을 피해 숙소로 돌아간다.
따끈한 햇살에 반짱쫀이 쫀득해져 있길 바라며 입맛을 다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