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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19. 2020

막연함을 함께 하다 보니 가족이 되었습니다.

Family by Family : 두 번째 가족 '쎄쥬씨'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라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대륙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 아프리카에 갔을 때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색과 옷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 후 자신들만의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 삶에 아프리카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사업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번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할 때면 밤을 지새우며 신제품의 퀄리티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하고, 펀딩이 달성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반응 속에 짜릿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시선을 가방에 담아, 그들만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팀. 저희가 만난 두 번째 가족은 '쎄쥬씨(CES JOURS-CI)' 입니다.





이들이 쎄쥬씨가 되기까지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쎄쥬씨 가족분들께 쎄쥬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여쭤봤습니다.


예은 : 저는 가치 있는 일을 재밌고 트렌디하게 표현하는 사람들로 비춰졌으면 좋겠어요.

수민 : 근데 이것(이런 가치관)도 수많은 일들을 거쳐오면서 적립된 거라서...!



    수민 씨가 언급한 '수많은 일'이라는 말속에서 세쥬씨를 향한 기대 뒷면에 있던 버거운 순간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데?’,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어?’와 같은 날카로운 말, '어린데 대단하다'와 같은 막연한 기대, 이 둘은 쎄쥬씨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같았습니다. 그런 화려한 수식어 속에 가려져있던 막막함, 함께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수많은 일'이라는 말속에 담겨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언제 위로가 되나요?



수민 : 옆에(쎄쥬씨 동료들이) 있어서 위안을 받았던 적은 동대문 갈 때에요. 보통 시장조사나 신제품 원단을 구하러 갈 때 동대문을 가요. 진 빠지고 광활하고 사람에 치여서 힘든데, 혼자 가는 거랑 같이 가는 거랑 매우 달라요. 결과가 매우 달라요. 동대문 갈 때 사소한 일일지라도 진짜 막막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되게 가벼운 상황이지만, 옆에 항상 같이 가주고, 이런 막연함을 함께하는 순간 위안이 돼요..


    

    늘 완성된 모습만 보여왔기에 단단해 보였던 쎄쥬씨였지만, 그들 역시 ‘동대문’과 같은 막연한 환경들에 놓였던 아프리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하나의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팀, 동료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저렇게 아낄 수 있는지 호기심을 품고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들에게 저희의 공식 질문인 '(쎄쥬씨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말속에 대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인들은 이별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마주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더 견고해져 진정한 가족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며 영원히 헤어짐을 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누구나 가족 같은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깊고 얕은 여러 형태의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때때로 우리에게 상처와 피로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혼자만의 동굴에 갇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노래, 글, 음식과 같은 것으론 해결할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기다리곤 합니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모습은 다양한 노래 가삿말에서 드러납니다.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날 부를 때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 줘
<장필순 -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잠들 때까지 머릿결을 만져줘요
<10cm는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이렇게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10cm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는 곡에서는 외로움에 사무치는 날 누군가에게 찾아오라며, 같이 있어달는 소심한 고백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함께’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막연함을 함께하는 순간 위안이 된다는 세쥬씨처럼, 우리들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막막함과 외로움을 함께 해결해나가며 누군가와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는 순간.


    인터뷰 중 가장 뜨거웠던 장면을 뽑으라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였습니다.



 선민 :  (인턴 생활을 하느라 팀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때) 물리적 거리처럼 팀원들이랑 저랑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그런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잘하고 싶은데 팀을 위해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감정에 무기력하면서 힘들었었어요.


수민 : 제가 느꼈던 고비를 다른 사람이 느낄 때 그때 너무 괴로운 거 같아요.


현아 : 지원사업을 넣는데, 이렇게 안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떨어지면서 (중략) 하고 싶은 게 많은데도 해보지도 못하고 팀이 해체되어야 하는.. 그 상황에서 제가 뒷받침이 못 되는 것 같고..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인터뷰 이후, 답변을 정리하며 이들의 말을 생각하다,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답이 '나'를 넘어 '우리(쎄쥬씨)'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었습니다. 팀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고통을 나눠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본인이 팀에게 위기를 제공할 것 같은 순간마다 그들은 버거움을 느꼈습니다.


    잠시 후, 짧지만 무겁게 마지막 답변이 들어왔습니다.


예은 : 지금이요.


    가까운 관계일수록 표현은 서툴기만 합니다.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고, 이해와 위로를 바라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오히려 쉽게 '힘듦'과 같은 감정을 말해버리면 해결되어 버릴 것인데, 그 사이에 금이 갈까 봐 묵히고 묵히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은 씨는 한 참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있다가 용기를 내어 '지금'이라는 대답을 하였고, 잠시 후 인터뷰 장은 어느새 정적 속에서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눈물은 단순히 슬픔을 넘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대신합니다.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으로 함께했던 이들이 한순간에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었는지, 이 관계가 얼마나 그들에게 소중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그들이 보였던 눈물의 의미는 서로를 향한 용기 있는 표현이자, 앞으로에 대한 약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에 그친 인터뷰만으론 쎄쥬씨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다사다난함을 해결해 나갔던 그들이기에 앞으로 더 나아갈 길과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일'을 겪고, 그 속에서 실망하고, 어긋날 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영원히 '가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함께 어긋난 퍼즐이 맞춰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원단으로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이고자 했던 것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 다채로운 이야기로 그들을 응원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쎄쥬씨 가족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자세한 인터뷰와 사진은 12월 공개되는 매거진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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