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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Oct 29. 2023

영국 써머타임

낮이 8시간도 안 되는 우울한 겨울의 시작

오늘(10월 29일 일요일)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40분, 평소 4-5시면 일어나지만 그보다 이른 시각이라 화장실을 다녀온 뒤 좀더 자볼까 싶어 다시 누웠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순간 다시 자기는 글렀다. 이렇게 한 시간 넘게 뒹굴다 포기하고 일어나 요거트를 먹고 또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는데 6시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 맞다 오늘 새벽에 써머타임 끝났지!


영국은 (미국 등 여러 서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써머타임"(공식 명칭: Daylight Savings Time, DST, 말 그대로 일광절약시간제)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래서 여름 기준의 시간대를 유지할 건지 아니면 한 시간 늦춘 겨울 시간대를 연중 시간으로 사용할 건지를 합의하지 못해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있어 왔다. 폐지론자들의 주된 이유는 에너지 절약이다. 전력사용량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5-7시인데 시계를 한 시간 늦추지 않으면 그만큼 일몰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가구당 평균 400파운드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출과 일몰시각을 비교해 보면, 어제(10월 28일)에 비교해 오늘(10월 29일) 해가 한 시간 일찍 뜨고 한 시간 일찍 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아래 표 참고). 

1. 2023년의 경우, 10월 마지막주 일요일 새벽 2시를 기해 영국 시간대가 한 시간 늦춰진다


하지만 2019년에 EU가 폐지 결정을 내렸을 당시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4% 대 39%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2. 일광절약시간제 찬반 설문조사에서 유지 의견(보라색)이 폐지 의견(분홍색)보다 높았다.


만약 폐지한다면 여름과 겨울 시간대 중 언제를 선호하냐는 질문에는 여름 시간대로 쭉 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해가 늦게 뜨는 겨울에 아침 9시가 지나서야 해가 뜨는 날들이 생기게 된다. 새벽 4-5시에 일어나고 저녁에는 9시면 침대에 눕는, 절대적으로 아침형 인간인 나로서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변화를 지독히 싫어하는 영국 국민들이 제도 폐지를 계속해서 반대해 주기를 기대하며,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기나긴 영국의 겨울밤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3. 폐지한다면 여름과 겨울 시간대 중 어떤 시간대를 선호하냐는 질문에 여름 시간대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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