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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19. 2021

블로거가 된 후달라진 것들

과거의 나 오늘의 나

SNS는 구경용으로만 사용했던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사진을 사이트에 영구 저장해놓고 싶은데, 겸사겸사 일기도 쓰고. 어 그럼 일상 블로그 하면 되겠다. 그렇게 블로거가 되었다.


오늘 뭘 먹었고, 어딜 갔다 왔으며, 어떤 걸 했다. 생활밀착형 글들을 사진과 함께 포스팅했다. 어린 시절 그림일기의 사진 버전 같았달까. 그렇게 내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이웃들이 생겨났다. 블로그엔 이웃과 서로 이웃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웃은 일방적으로 신청했을 경우. 서로 이웃은 서로가 서로의 이웃이 되잔 의미로 신청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다. 서로 이웃을 맺은 이들만 볼 수 있게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보니 대부분 그냥 이웃보다 서로 이웃을 선호한다. 생각보다 내 일상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신기했다. 좋아한다기 보단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란 느낌이었을까. 선호하는 게 명확하다 보니 그게 내 시그니처가 되었다. 내 일상 글에 그게 포함되지 않으면 왜 오늘은 없냐 묻는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게 익숙했던지라 블로그 세계에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애정 하는 이웃이 생기고 그들의 성향도 자연스레 파악됐다. 그렇게 몇 개월 후 내 일상을 올리는 게 의미 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도 뭔가 영양가 있는 정보를 올리고 싶었다. 내가 쓴 제품에 대한 후기라던가 음식점에 다녀온 후기 같은 것들. 당시 블로그엔 내가 오늘은 뭘 먹었는지 어딜 갔는지 궁금해하며 들어오는 이들이 주를 이루던 상황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일상 포스팅을 선호하는 이들과 거리가 멀어진다 할지라도 방향을 바꾸고 싶었다. 일상 블로그에서 정보성 블로그로 방향을 바꾸려 한단 공지를 올렸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본인들은 그래도 계속 교류하겠단 댓글들이 달렸다. 내 걱정은 그렇게 사라졌다. 


'어떤 포스팅을 써야 하지'. '내가 가는 음식점, 사용하는 제품들만 쓰기엔 한정적인데' 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좁은 틀 안에서 생각하다 보니 막막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다른 블로거들은 어떤 정보를 올릴까'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사용하고 입고 먹은 것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정보들로 생각을 넓히면 쓸 포스팅이 무궁무진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한번 트이기 시작하니 내가 매일 먹는 반찬도 포스팅 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고 동네 마트 영업시간, 동네 병원 정보 등. 쓰자면 끝도 없을 정도다. 


블로거가 된 후 SNS을 좋지 않게 바라보던 시선이 달라졌다. 나를 홍보할 수 있는 공간. 임대료 나가지 않는 내 온라인 공간 속 건물. 가끔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온라인 인맥들까지. 고마울 지경이었다.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체험단을 통해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새로 생긴 맛집, 숙박, 각종 체험권까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졌다. 한번 자본주의의 맛을 본 후 인스타그램도 해볼까? 싶어 키우기 시작했고 종종 인스타그램 협찬도 받는다.


'사람들이 사진 찍는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체험단으로 왔다 말해야 하는데 어쩐담'란 생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졌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걱정할 시간에 부딪혀보자. 어떻게든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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