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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17. 2021

서있을 용기

눕고 싶다.

퇴사 후 5개월이 흘렀다. 왜 그만뒀는지, 언제 다시 취업할 건지, 뭐하고 지내는지, 준비는 하고 있는지, 대책은 마련하고 퇴사한 건지 등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무직자에겐 서 있을 용기가 필요했다. 주변의 시선과 불안한 미래를 마주할 용기가. 


#선택

퇴사 전 다짐한 바를 이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결국 해냈다. 성취감이 다른 직종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발판. 그래서 다음은? 목표를 수정하고 범위를 넓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며 분명 하나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오겠지. 그때마다 왜 내가 이를 선택했는지 기억하려 한다. 선택의 이유를 복기하면 서 있을 힘이 생긴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시작한 일. 내 인생을 내가 설계하고 있단 느낌. 이는 원동력이 되기 충분하다. 


비교를 멈췄다. 이 나이엔 이런 직급, 연봉, 사회적 위치를 이루고 있어야 한단 보편적인 기준. 결혼 적령기와 출산. 정해진 틀. 더 늦지 않게 그 틀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 주변만 둘러봐도 다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만 뒤쳐진 느낌. 뛰어도 모자를 시간에 난 왜 일시정지를 자초했을까. 조급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조급해할 시간에 나 자신을 더 돌아보는 게 날 위한 일임을.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보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지만 나만의 루틴을 정해 움직이고자 노력했고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프리랜서 작가라면(존경하는 김이나, 이슬아 작가라면)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상상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기분이 썩 즐거워진다. 마치 내가 정말 프리랜서 작가가 된 느낌이 든다. 잡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원고를 쓰고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바쁜 일정에도 피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야 피곤함이 몰려온다. 상상만으로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단 마음이 강렬히 솟아오른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잘 서있어 줘서' '글 쓰는 걸 놓지 않아 줘서 고맙다' 하려나. 그럼 지금의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별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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