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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Sep 07. 2021

지구에 태어난 우주

세계관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가 생긴다. 평생 친하게 지낼 것만 같던 친구, 피를 나눈 형제자매와의 관계에도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긴다. 어릴 땐 몰랐다.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언제든 멀어질 수 있다는 걸. 계속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그를 믿고 살았다.


요즘 부쩍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죽을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게 인간관계란 말을 들을 때면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명문대 진학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에 비하면 명문대 진학은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 인간은 하나의 우주와 같단 생각을 하곤 한다. 크기 제한은 없다. 무한대로 커질 수도 작아질 수 있다. 내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난 종종 상상해보곤 한다. 한땐 삶은 나만의 정원을 가꾼다 생각하곤 했지만 한 단계 진화했다. 이왕 상상하는 거 미지의 세계인 우주로 만드는 게 좋았으니. 내 우주엔 다양한 행성이 존재한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50개 정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행성은 우주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여기선 안될 것도 못할 것도 없다. 뭐든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글쓰기 행성. 책 읽기 행성. 등산 행성. 자전거 행성 등.. 내 마음대로 만들어 놓는다. 좋아하는 것들과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로. 나만의 우주. 없앨 수 있는 것도 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오직 '나' 뿐이다. 행성엔 취향과 가치관이 가득 담겨있다.


이렇듯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인이 만나 원활히 소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개성도 취향도 다른. 가끔가다 비슷하다 느끼는 이를 만나도 그건 일부일 뿐. 그래서 요즘은 인간관계에 있어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인간은 하나의 우주고 무수한 행성들을 품고 있는 존재. 그 행성들이 날 당황스럽게 할지라도 이 또한 이 사람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이해되지 않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양방향이 아닌 한 방향의 노력으로만 이어지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으니. 과거의 추억에 힘이 있다 믿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고 추억엔 힘이 없었다. 관계를 이어지게 만드는 힘은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었다. 


오늘도 내 우주엔 하나의 행성이 만들어졌다. 과거란 행성이.


대표 사진 : Photo by Vladimir Fedot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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