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
파충류, 양서류를 좋아한다. 어릴 적 주택에 살며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껍질이 뜯어지며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과정을 보며 자란 영향이 큰 듯하다. 자그마한 마당. 흙과 나무. 그 속에 살아가던 온갖 생명들. 명절이 되면 방문하던 시골. 파충류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큰 잎에서 쉬고 있는 청개구리. 청개구리가 작은 것도 있지만 잎이 커서 더 작아 보인다. 식빵 굽는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으로 담았다. 언뜻 보면 보호색이라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내겐 개구리 레이더망이 장착되어 있는 듯하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청개구리. 외곽지역에 갈 일이 생기면 청개구리가 있을법한 장소를 찾아가곤 한다. 안 보면 보고 싶다. 특히 날이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면 더더욱. 겨울엔 볼 수 없으니 볼 수 있을 때 자주 보고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놔야 한다. 겨울의 나를 위해.
청개구리가 보인다는 건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있단 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 못가 길가에서 청개구리를 발견했다. 개구리는 빠르다. 하지만 잡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살금살금 다가가 들어 올렸다. 마치 턱을 괴고 있는 듯한 자세로 잡혔다. 어디 고민 있으면 얘기해보란 듯한 느낌도 난다. 이들의 피부는 약하기에 뜨거운 사람의 손이 닿으면 금방 메마른다. 마치 세안 후 로션을 바르지 않은 겨울 피부 같달까. 그래서 오래 잡고 있으면 예의가 아니다. 되도록 손바닥에 올려놓거나 금방 놔줘야 한다. 만나서 반가웠단 인사와 함께.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다.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낌새가 느껴진다 싶으면 퐁당.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치 작은 돌 같기도 하다. 청개구리를 제일 좋아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개구리와 마주치는 것도 즐겁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구나. 이들의 삶은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청개구리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탄탄한 근육질 몸을 지닌 듯 보였다. 궁금했다. 이 개구리는 어떤 촉감일까. 반응속도가 빨라 잡기 어려워 보였지만 개체수가 많이 보였다. 기회는 많았다.
잡았다. 작지만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진 개구리였다. 처음엔 몸통을 잡았는데 힘으로 빠져나가버렸다. 이후 개구리 뒷다리를 잡았다. 일시정지 상태. 어떤 종인지 찾아봤더니 참개구리 같기도 했다. 사실 청개구리 말곤 구분하지 못한다. 어릴 때 개구리, 메뚜기 구워 먹고 자랐단 아빠의 말을 들으며 개구리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단백질이 많다며.. 사진만 찍고 얼른 놓아줬다. 빠르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죽다 살았단 생각을 했을까.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겠지.
개구리완 다르게 도롱뇽은 흔히 보기 어렵다. 물이 깨끗한 곳에서만 살기에. 가끔 등산하러 갔다가 외진 계곡에서 발견하거나 산에 위치한 산책로를 걷다 웅덩이에서 마주친다. 작은 몸에 있을 건 다 있다. 빨간 아가미와 귀여운 네다리. 미끌거리는 기분이 좋다. 꼼지락 거리며 내 손 위를 헤엄친다. 물이 없으면 힘들어하기에 물은 필수. 금방 물속에 풀어주면 유유히 헤엄친다. 작고 귀여운 생명체. 이들을 볼 수 있는 시골이 좋다. 일찍 밤이 찾아오는 적막함과 벌레소리만 들리는 공간. 그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노라면 우주라는 큰 세계 속 먼지 같단 생각이 든다. 아등바등 살기보다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자연을 느끼며 살고 싶다.
자연 속 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여유로운 삶. 그 시간을 기꺼이 내기 위해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거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물론 곁에 사랑하는 이도 있으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