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끄적였을 때가 생각난다. 끄적임의 시작은 싸이월드라는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싸이월드라는 공간엔 일기장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고 일기장은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던 조울증 초기, 20대의 첫 부분엔 어딘가에라도 그날의 감정을 적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대부분 밝고 행복한 감정보단 슬프고 아픈 마음을 자주 적었다. 일기장의 글을 읽으려고 사람들이 올 정도로 그 당시 썼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는 나름 인기가 좋았다. 내가 쓴 글을 읽고 혼자 감정을 되짚어보며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았다.
지금은 어떤 내용을 적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글의 분위기는 지금도 느껴진다. 옮겨 놓는다는 것, 기록이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당시엔 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잘 알고 있다. 살아가면서 우린 기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 눈으로, 마음으로, 사진으로, 글로, 또는 작품으로 기록되고 기억된다.
그러한 이유로 여전히 기록하는 행위에 설레고 그 행위를 고귀하다고 느낀다. 글을 알지 못했다면 쓰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눈으로, 마음으로 어떠한 쪽으로든 무언가를 담아내는 일을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조울증을 겪으며 그 고통을 써내려 가면서, 고통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고 나의 기록으로 인해 누군가는 위안을 얻으며 살아갈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위대한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로 인해 또 다른 기록을 낳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글로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해도, 눈과 마음에 살아가면서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담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