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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Mar 28. 2024

소유에 대하여

두번째

길 가던 누군가가 내게 작은 돌을 건냅니다.

어쩔수 없이 받았다가 가던길에 있는 화단에 슬며시 던져버립니다.

집에서 남편이 옷장안에 있는 넥타이를 비싼것이라며 내게 매라고 줍니다.

제게 전혀 필요없는 물건이라 다시 돌려줍니다. 그 넥타이는 남편의 옷장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아이가 내게 쓰레기를 하나씩 가져옵니다.

한두번은 쓰레기통에 대신 버려주다 다음부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며 쓰레기통의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입고 있는 목폴라의 목부분에서 따가운게 느껴져 보았더니 튀어나온 실밥이 목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가위를 가져다가 그 실밥을 제거해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제가 받지않고, 돌려주고, 버려야할 곳을 알려주고, 스스로 버리는 '그것'은 분노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원치 않아도 누군가 건네는 '그것'을 속절없이 받아

내안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것을 내안의 구덩이를 파서 넣었는데 그 구덩이의 용량은 한도끝도 없이 늘어나

내안의 나는 점점 사라지고 분노가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그 구덩이는 비가 오면 물이 찼고 마르는데 오랜시간이 걸렸으며

내 위에 심겨진 나의 나무는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분노를 파내고 흘려보내기로 합니다.

비가오는날 빗물에 흘려보내고

햇살 좋은날 좋은 볕에 말리고

공기좋은 산에가서 좋은 흙을 담아 구덩이를 메웠습니다.

흙을 발로 잘 다지고 그위에는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건네는 그것을 받지 않고 돌려주기 시작합니다.

돌려받지 않겠다면 그냥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다음비에 자연스럽게 씻겨가도록


가끔씩은 우박과 같은 분노가 쏟아질때도 있습니다.

그우박으로 꽃잎이 상할수도 있고

우박아 다 녹아내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꽃과 나무는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다시 해가 뜨는 그날

또 싹을 틔우고 우박이 녹은물을 양분삼아 또 꽃과 잎을 피워냅니다.


분노를 소유하지 않으므로

저는 더 이상 지옥에 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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