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의 돌준맘, 아기 첫돌에 대처하는 법.
더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엄마의 욕구 누르기
아기가 10개월 차가 되었다. 일하며 육아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덧 뱃속에서 품고 있던 시간보다 세상 밖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 즈음되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돌잔치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온다.
'돌잔치라니~ 아직 몇 달이나 남았고 요즘 코로나 시대인데 많이들 하나? 그때 가서 생각해봐도 되지 않나?' 했던 것은 나의 아주 큰 오산이었다.
조리원 동기 엄마들을 만났을 때, 벌써 돌잔치할 장소를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무 걱정 없이 집에서 가까운 호텔 레스토랑에서 직계가족만 모아서 간단히 돌잡이 및 식사를 해야겠다 싶어 예약전화를 걸었다. 2월 주말에는 가능한 날짜가 없다고 한다.
그때였을까? 긴장 팍 들어간 돌준맘이 된 순간이..
그다음 순위의 호텔의 레스토랑에도 전화를 돌려보니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돌상을 차릴 수 있는 식당은 한정적이었고, 보통 돌 기념 식사는 주말 점심에 하기 때문에 선택권도 많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렇게 현실을 자각하고 약간의 실패감을 맛본 하루가 지났다.
그 다음날 다시 원하는 식사 장소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정말 우연히도 2월 주말 점심 자리가 하나가 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엄청난 기회였다!)
2021년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많은 엄마, 아빠들이 예약 러쉬를 했다는 걸 뒤늦게 들었다. 세상에는 정말 빠릿빠릿한 사람들이 많다. 어쨌거나 다행히도 장소와 일정이 정해지고나니 안도감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 전처럼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는 자리가 아니고, 양가 부모님 및 직계가족들만 모시는 자리이니, 크게 준비할 게 없겠구나 생각한 것은 나의 두 번째 오산이었다.
돌잔치가 돌 기념 식사가 되었을 뿐, 돌준맘의 To-do-list는 여전히 존재했다.
사람을 모으지 않고 소규모로 한다고 준비할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는 기이한 현상을 몸소 체험했다. 마치 결혼식을 스몰웨딩으로 해도 해야 할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돈도 비슷하게 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돌 기념 식사 자리에서 돌잡이를 하기로 했으니 돌상을 차려야 하고, 돌상을 차려야 하니 아기 한복도 준비를 해야 하고, 엄마와 아빠의 의상도 한복이든 양장이든 준비해야 하고, 평소처럼 민낯으로 갈 수도 없으니 헤어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고, 이렇게 다 꾸며서 예쁘게 해 놓았으니 스냅도 찍어야 한다.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아보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물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원과 자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한복이든 스냅이든 유명한 곳에 전화 문의를 하고 견적을 받다 보면 가격이 사악하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몇 군데에서 받은 놀랄만한 견적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슬쩍 알아보고 나니 튼튼이의 돌 기념 식사 자리를 위해 드는 돈이 5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잠시 고뇌에 잠겼다.
다음 날부터 나는 합리적인 가격이 어느 정도 선인지 내 스스로 책정해보았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강사료도 지급해봤고, 전문가 수당도 책정하면서 섭외해봤기 때문에 나름의 기준은 있었다. 그 기준에 따라 모든 항목들을 다시 손품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 알아보다 보니 총 견적 금액은 절반으로 줄어있었다.
만약 내가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큰돈을 썼을 수도 있다.
손님을 모시지도 않으니 식구들이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까지는 간소화 또는 생략하고, 드라마틱한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을 것 같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약했고, 유명세가 있는 곳보다 조용히 사람들이 계약하는 곳들을 더 알아보고 결정했다. 그래서 선택한 서비스 업체들이 문제가 있어서 견적이 줄어든 건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값비싼 돈을 들이면 그만큼의 확실한 만족감이 올 확률이 크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큰돈을 들였지만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의 상실감 또한 작지 않다. 어찌 되었는 이런 결정들에 따르는 불확실성은 내가 감내할 일이지만, 허투루 알아본 곳들은 아니기에 그리 큰 걱정은 들지 않는다.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튼튼이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말로 소중한 것과 필요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판단력을 주고 싶다. 첫 돌에 그런 뜻을 담아 아기의 첫 생일을 준비하는 중이다.
어설픈 돌준맘이라 준비과정이 더디지만 좋은 날이 되리라 생각하며 하나씩 하나씩 챙겨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