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는 육아템이 분명해
타이핑하지 않고 메시지 보내니 너무 편하다.
아기들은 스마트폰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번쩍번쩍 빛도 나고 엄마, 아빠, 어른들이 자꾸 손에 들고 투닥투닥하니 관심이 더 가는 모양이다.
우리 집 튼튼이도 어찌나 스마트폰을 좋아하는지. 엉엉 울다가도 내 스마트폰이 지척에 있는 걸 발견하고 나면 손으로 쥐려고 빛의 속도로 기어간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손에 들고 흔들다가 화면을 툭툭 치거나 어김없이 입으로 집어넣는다. 악, 안 돼! 지지야!
그래서 아기가 곁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여느 때처럼 사용하기는 쉽지가 않다.
옆에서 몰래 깨톡을 보내려고 투다다닥 메시지를 치고 있으면, 그 작은 손으로 퍽퍽 치면서 스마트폰을 사수하려고 한다. 그러고는 내가 놓쳐서 바닥에 떨어져 버린 스마트폰의 화면을 손바닥으로 마구마구 터치터치한다. 그래서 이상한 상형문자를 깨톡방에 발송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래서 아기와 놀아줄 때는 스마트폰을 나에게서 멀리 두고 있는다. 그러다 보니 전화가 걸려와도 제 때 못 받기가 일쑤이다. 부재중 전화가 몇 개씩 떠있는 것이 최근까지 예삿일이었다.
그러다, 워치를 사용하면서부터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스마트워치를 선물 받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괜히 사달라고 했나 싶었다. 그러다가 워치의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씩 도전해보면서 요즘은 워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스마트폰 기기가 없이도 메시지를 보낼 수가 있다는 점이 나에게 가장 편해진 일이다.
완벽하게 정확한 받아쓰기는 안 되지만, 그래도 얼추 의미 전달은 될 정도로 깔끔하게 음성을 문자로 받아 적어준다. 이 덕분에 나는 아기와 놀 때에도 워치에다가 대고 보내고 싶은 말을 들려주면, 요긴하게 글자로 변환해서 잘 보내준다.
깨톡에도 자체적으로 음성메시지를 받아 적어주는 기능이 있긴 한데, 직관적으로는 워치로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
아기와 열렬히 놀아주고 있다가도 워치로 음성메시지 입력을 하려고 혼자 블라블라 말을 한다. 그러면 아기는 지금은 말을 알아듣는 시기가 아니어서, 단지 소리가 났기 때문에 엄마 쪽을 한 번 쳐다보고 '엥? 엄마가 뭐라고 하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보고 만다. 스마트폰으로 타자 중이었을 때라면 이미 폰을 사수하기 위해 둘이서 낑낑거리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만약에 아기를 재우고 있는 경우이거나 소리 나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간단하게 워치로 메시지도 보낼 수가 있다. 바로 손글씨로! 워치의 작은 화면이지만 그 화면에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면 그 또한 문자로 변환해준다. OMG! 너무 감격스럽다.
이 덕분에 나는 아기가 잠들기 직전인 순간에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경우라면 간단하게 워치의 손글씨 모드로 몇 글자 답변을 보낸다.
그리고 이제는 전화도 잘 받는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자체를 어디에 두고 지내는지 모르기 때문에 놓쳤던 전화들을 잘 받을 수 있다. 폰으로 온 전화는 워치로도 알람이 오기 때문에 전화 수신을 하고 나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면 아기가 느끼기엔 '그냥 소리'라고 생각하고 크게 관심 가지지 않더라. 워치 사용하고 가장 좋았던 건 아기가 노는 걸 지켜보면서 워치로 통화하는 것이었다.
아기 입장에서는 엄마가 내 곁을 떠나 있지 않고 스마트폰을 손으로 들고 있어서 뺏고 싶은 상황도 아니라 평온하고, 엄마 입장에서도 아기를 편하게 보고 안고 놀아주고 하면서도 스피커폰으로 자유롭게 통화가 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진정, 스마트워치는 육아템 분류로 넣어주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만족하면서 사용할 지도 전혀 몰랐다. 또, 스마트워치가 이렇게까지 육아의 질을 높여줄지도 몰랐다. 이 글에서 말한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이 너무나 많다.
이유식 먹이는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타이머를 쓰기도 하고, 아기와 함께 자야 하는데 아기에게는 느껴지지 않도록 나의 기상 알람을 설정할 수도 있다. 또 음악 어플을 다운받아서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원(보통은 자장가)을 들려주는 기능도 가끔 쓴다.
깨알 같은 기능 중 하나는 카메라 모드이다. 워치에서 카메라를 켜면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켜지기 때문에, 남이 찍어준 듯한 아기와 나의 모습을 가끔 재미 삼아 남기기도 한다.
앞으로 사용하면서 더 잘 활용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아주 적절한 선물을 (본인도 의도치 않게) 해 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