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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제혁 Oct 03. 2023

빈혈이 있을 때는 내시경 검사도 고려해야 해요!

빈혈에 대한 원인 감별이 필요한 이유

빈혈은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7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적혈구가 부족하여 생기는 빈혈은 원인 파악이 중요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적혈구의 재료 중 하나인 철이 부족한 것입니다.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철결핍성 빈혈이고, 이는 다량의 월경 등으로 인한 출혈로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되었다 하더라도, 철결핍성 빈혈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철분제만 계속 먹는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철결핍성 빈혈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몸에서 철의 필요량이 증가한 상태인 임산부나 성장기의 청소년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철분의 소실이 증가하여 빈혈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위궤양 등으로 인한 급성 출혈 또는 암으로 인한 만성 출혈이 있습니다.
 셋째, 철분 섭취 및 흡수량이 저하되어 빈혈이 발생합니다. 위절제술로 인한 위산 부족으로 철흡수에 장애가 있을 경우 빈혈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가장 무섭고 걱정되는 암과 빈혈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암은 정상세포보다 빠르게 증식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내 암에 대한 영양 공급과 다른 기관으로 암을 퍼트리기 위해 통로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신생혈관은 정상혈관보다 혈관벽이 약해 조그만 자극으로 쉽게 찢어져 혈관밖으로 피가 노출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은 출혈이 장기간 반복되면 빈혈이 발생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빈혈 환자 16명 중 1명 정도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암 진단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림 1) 그림에서 보듯이 70대에서도 5명 중 1명의 빈혈 환자에서 암이 진단되었습니다.

그림 1: 빈혈 환자의 암 유병률

진단된 암 중 대장암과 위암이 전체 암의 38% 이상을 차지하였을 정도로 빈혈 환자에게 있어서 내시경 검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림 2)

그림 2:빈혈환자에서 발생하는 암의 종류 

하지만, 통계에서 젊은 사람의 암발생률이 4% 정도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통계는 통계일 뿐, 나에게 생기면 그건 통계가 아니고 현실이 됩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려 더위를 잊게 해 주던 2023년 8월 말에 45세의 남자가 수개월 전부터 몸이 쑤시고 밥맛이 없다고 하여 외래에 방문하였습니다. 환자의 얼굴은 창백하였고,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건강검진을 포함한 검사를 최근 수년 동안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어, 피검사를 우선 시행하였고, Hemoglobin(혈색소) 수치가 7.4g/dL로 정상 수치의 반도 되지 않아 심한 빈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철수치도 Fe (Iron) <12 ug/dL로 정상 수치인 40 ~ 188 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습니다. 

철결핍성 빈혈로 확인되었으나 이렇게 젊은 남자분에게 이런 빈혈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시경 검사를 우선 진행해 보자고 하였습니다.

“***님. 여자분 같은 경우 월경 때문에 이런 빈혈이 생기기도 하지만 남자분들은 암이 숨어있을 수 있어 꼭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밥맛이 없었다고 하니 우선 위내시경부터 해보고 추가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환자는 검사에 동의하였고,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일반 위내시경으로 검사하였을 때 십이지장 2부에 궤양을 동반한 큰 종괴가 관찰되어 십이지장암이 의심되었습니다. (그림 3)

그림 3: 일반내시경으로 관찰한 십이지장암

십이지장암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측시경이라고 하는 렌즈가 옆에 달려 있는 특수내시경으로 관찰하였고, 종괴가 십이지장 2부의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4)

그림 4: 특수내시경으로 관찰한 십이지장암


조직검사는 

Duodenum, 2nd portion, endoscopic biopsy:

   Poorly differentiated MALIGNANT NEOPLASM ; Favor poorly differentiated CARCINOMA

로 암으로 진단되었고, CT와 MR에서는 간으로 전이된 4 기암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4기라 하더라도, 십이지장이 막히면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환자의 나이가 많지 않아, 수술을 먼저 하고, 이후 항암치료를 하는 게 환자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여 환자에게 설명 후 수술적 치료를 위해 외과 선생님에게 의뢰를 드렸습니다.


이처럼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꼭 빈혈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철분제만 먹고 병을 방치하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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