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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제혁 Nov 28. 2023

내시경은 마취가 아닙니다!

수면 내시경의 정확한 이름에 대해서.

저는 소화기내과 의사입니다. 소화기내과는 식도부터 위,소장,대장 및 췌장,담낭,담도 등의 소화기관을 봅니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며, 위내시경,대장내시경 검사를 많이 합니다. 내시경 검사에 대해 환자들은 부담감을 느껴 많은 환자들이 '수면' 내시경을 신청하며 마취라고 생각하고 검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수면내시경의 정확한 이름은 '의식하 진정 내시경' 입니다. 진정제를 사용하여 각성상태를 줄여 진정된 상태로 유도하고, 약간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검사가 이루어지는 게 목적인 검사입니다. 절대로 마취를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마취(痲醉, Anesthesia)는 일시적으로 의식, 감각, 운동 및 반사작용을 차단하는 행위, 또는 그렇게 된 상태입니다. 의학적으로 통증의 경감 또는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담당하며 이를 담당하는 사람은 마취의로 부릅니다. 소화기내과에서는 마취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일반인들은 내시경을 받을때 마취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절대로 마취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의식상태가 수면에 근접하게 되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심지어는 욕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기억을 하지 못하고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긴 하지만, 시술을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이 움직이면 출혈,천공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어 일부러 깨우고 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환자를 깨우면, 환자가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안전한 검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60대의 남자 환자가 내시경을 하였습니다. 그 환자는 복부 비만이 심한 당뇨환자였습니다.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는 정상인 사람에 비해 대장내시경을 하였을때 자꾸 장이 밀리게 됩니다.(지방이 많아서) 그런 경우 내시경 삽입이 어려워 환자의 자세 변화를 여러 번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겨우 내시경을 삽입하였을때 맹장입구에 용종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림 1)


그림 1: 맹장 입구에서 관찰되는 용종 -예시

 

이 위치에 용종이 있을 경우 내시경으로 잘못 절제하면 장이 터지는 장천공의 발생 가능성이 높고, 맹장근처라서 맹장염이 생길 수 있어 꼭 입원이 필요하며, 동의가 되지 않으면 절제를 하지 않습니다. 워낙 위험한 곳이지 때문이지요.  하지만 내시경으로 잘 절제하면 수술을 하지 않아 환자에게 큰 이득이 됩니다.


그림 2 대장의 구조.


이 환자의 경우 이전에 저한테 입원치료도 하였고, 복부 비만으로 인해 내시경 삽입이 어려웠으며, 워낙 다른 부위에도 용종이 많아 가능하면 많은 용종을 절제해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맹장 입구의 용종은 꼭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자고 있어서 환자의 보호자(아내) 를 불러 설명을 하였습니다.

"현재 맹장입구에 큰 용종이 있는데, 이 부위의 용종은 제거하기 어려워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출혈,천공 발생 가능성이 있고 맹장염이 생길 수 있는데, 환자가 저한테 이전에 입원하셨고 , 내시경 또 받으면 힘들테니 보호자가 동의하시면 제거하겠습니다. 입원은 꼭 해야 합니다."

보호자는 동의하였고 내시경으로 용종 절제를 시도하였습니다. 환자가 너무 많이 움직여 깨우는 약(길항제) 을 투여해 깨우고, 내시경 치료 중이니 움직이지 말라고 설명하고 간호사들의 도움하에 용종 절제에 겨우 성공하였습니다. 출혈이 많지 않고 천공이 의심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였고, 환자를 위해 잘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좀 있다 다른 환자 내시경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환자는 시술 중에 깨어난 것에 대해 불만사항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지금 다른 환자들도 있으니 크게 말하지 마시고, 좀 있다 외래 볼 때 설명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되어 환자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환자분 통증 때문에 힘드셨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이 움직여서 용종 제거가 어려웠습니다.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시술을 진행했고, 맹장입구 부위는 작은 병원에서는 제거가 어렵고, 큰 병원에서만 제거를 합니다. 시술이 잘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 라고 설명하였으나 환자의 표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왜 내시경이 '마취' 가 아니며, 왜 내시경시 깨웠으며, 통증이 너무 심해서 힘들었다는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제가 여러 번 설명을 하였으나 환자는 납득하지 않았고, 환자의 주변 친척이 와서 ' 자기는 내시경 9번 받았는데 마취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이런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설명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습니다.

"저는 내시경을 1년에 3000회 이상 하니 그동안 수만 회를 하였습니다. 그 중에 별의별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서 말하는 건 위험합니다. 전문가인 의사의 설명을 들어주세요. 제가 만약 검진만을 위해서 용종 확인만 하고 끝났다면 환자가 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맹장 입구의 용종 제거가 또 필요했겠죠. 저는 환자를 위해 한꺼번에 제거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내시경은 진정 목적으로 약을 투여하는 것이지, 마취가 절대 아닙니다. 전 환자를 위해서 어려운 위치의 용종을 제거하였고, 입원이 꼭 필요합니다."

여러 차례 설명을 하였으나 환자와 보호자는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자의퇴원을 하였습니다.

선의로 한 행동이 이렇게 되어 버리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환자분에게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도 다음부터는 다른 의사처럼 맹장입구의 용종을 바로 제거하지 않고, 우선 내시경을 하고, 환자가 깬 후 설명하고 나중에 다시 내시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리는 것은 2가지 입니다.


1. 내시경은 절대로 마취가 아닙니다. '진정'내시경 입니다.

2. 모든 용종은 같지 않습니다. 특히 맹장입구의 용종은 위험하고 제거가 힘들어 입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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