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2020년은 많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오래 기억되는 해일 거 같아요.
폐업, 상가 임대라는 안내문을 보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남편, 부모님, 형제들, 이웃들 모두가 함께 안고 있는 위기였으니까요. 내가 사는 동네, 건너 건너 아는 누군가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아는 이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고, 친정아버지와 남편은 늘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니 그 일 또한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안녕과 행복을 이토록 바라든 해가 있었던가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2020년은 쉽지 않은 해였어요.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알게 된 것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동안 지구를 얼마나 함부로 대하고 살았는지 조금씩은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살아온 버릇을 한 번에 쉽게 바꿀 수는 없었지만, 무심코 쓰던 일회용품, 전기, 쉽게 사고 버리는 것들에서 지구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분주히 움직이며 활동이 많을 때는 상황에 떠밀려서, 사람에게 휩쓸려 뭔가를 하며 살았어요. 성과와 결과에 연연하고 관계에 매달려 내 마음과 다른 걸 하며 후회하고 괴로워했죠. 외부활동을 못 하니 오히려 저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았어요. 할 수 없는 것에는 미련을 갖지 않았어요. 이렇게 단순해지니, 내가 더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요.
바쁘고 피곤하다고 운동은 하지 않고,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어 엉망이 된 몸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매일 운동을 하며 점점 달라지는 몸을 마주하는 것이 기뻤어요. 기분이 달라지고 활기가 생겼습니다.
줌이라는 걸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거리가 주는 제약을 넘어 오히려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니 신기했죠.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라도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며 위로를 건네고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코로나 다음 세상의 희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늘을 자주 보았어요. 나무도 자주 봤고요. 매일 가던 길가에 꽃이 그리 많이 피어 있는 줄 예전에 미처 몰랐지요. 느리게 움직이는 세상은 많은 것을 보게 하고, 소소하고 소박한 것들을 감사할 줄 알게 만들었어요.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저는 뜻밖에 얻은 것들이 많은 해였어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2021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2020년이 가르쳐 준 것들을 잊지 않고 싶어요.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해 갈 수 있고 절망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힘을 가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