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응급실 이야기
평소같이 나이트를 출근한 어느 날이었다.
이브닝번이 인계사항을 전달해 주기 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 즈음에 경찰 두 명과 대동하여 부모와 형제를 죽인 살인자가 정신병동에 응급실 경유하여 입원할 것이라고 했고 수속을 직접해야 한다는 내용을 듣고 선생님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아니.. 입원약정부터 비급여설명까지 5번을 이야기하고 사인 받아야 하는데 하..‘ 입사 3개월 차 신규였던 나는 무서움으로 달달 떨고 있었다.
새벽 5시 15분 즈음에 사수가 위에 볼일이 있다며 나갔고 혼자 있는 동안에 경찰과 살인자가 도착했다는 걸 보안요원한테 들었다. 왜 사수는 하필이면 이 시간에 자리를 비웠는지.. 울화가 치밀었지만 ‘나는 프로다’라고 자기 체면을 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두꺼운 안경 속에 숨기고, 떨리는 목소리는 낮은 톤의 소리로 덮여 씌웠다.
경찰 두 분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살인자는 떡진 머리에 지극히 평범한 인상을 가졌다. 나는 신속대응 동의서부터 보호자 등록하는 걸 설명하고, 그 사람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5시간 동안 걱정했던 일이 15분 만에 끝이 났다.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떡진 머리에 퀭한 눈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일을 겪고 난 후로 겁이 없어졌다.‘살인자도 입원수속했는데 내가 앞으로 못할게 뭐가 있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지간히 특이한 사람들도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더라.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