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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지 않는 말티즈 Mar 05. 2021

30대 후반 퇴사 일기/나는 도대체 뭐하고 살았나...

제주도 여행 (준비 / 비행기표)

퇴사를 했다.  약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이 어려운 시기에 퇴사를 했다.

주변에서 다들 부럽다, 걱정된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정확하게 10년 전, 필리핀 어학연수를 거쳐 호주 워킹 홀리데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쏘다니며 1년 동안 해외 생활을 했었다. 


20대 후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런 급작스러운 짓을 한다고 주변에서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하지만 남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큰 틀에서 뻔한 결과는 있지만 가끔은 나에게 무슨 계시라도 받은 마냥 해야겠다는 것이 생기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30 후반이 되었다. 


비혼에 퇴사라니... 대한민국에서 흔히 말하는 최고의 악조건을 스스로 선택했다. 


남들이 말하는 악조건이 왜 이렇게 나한테는 그저 편하기만 한지...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던 것 같다. 


업계 특성상 항상 남에게 맞추는 삶. 기가 센 사람만이 살아남고, 

상위 포식자에게 선택되어 행복을 누리다가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눈 밖에 나는 작은 행동 하나가 나를 바닥으로 밀어버리는 업계.


어린 나이의 친구들은 이런 업계의 순리를 누구보다 더 빨리 알게 되어, 

어른이 되어버리기도 전에 흔히 말하는 '안 좋은 것'들만 배우는 이 업계에서... 

나는 나를 깎아내리며 한 칸씩 올라갔다.


하지만 40대가 되어서도 같은 삶을 사는 주변인들이 눈에 들어왔고, 

순간 이 길을 빨리 벗어나야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4월에 제주도 여행이 가고 싶어 졌다. 제대로 제주도 여행한 번 즐겨본 적이 없었다. 10년 동안...

몇 년 전 딱 한번 다녀왔었는데, 그때도 제주도 여행 중간중간 일을 했었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함께 놀러 갈 친구와 하나투어를 들어가 비행기표부터 질렀다. 일정도 남들이 일하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로 일정을 잡아봤다. 퇴사자의 특권(?) 같은 것이 [평일 놀기]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일정을 더 이렇게 잡아 봤다. (약간의 허세가 들어가 있다 사실 ㅋㅋ)


그런데..


한 달이나 남은 일정이었지만 웬만한 평균 티켓값의 항공 티켓은 거의다 매진인 상태.


나는 도대체 여태까지 뭘 위해서 연차도 포기하고 휴가도 반납하며 여행 한 번 제대로 안 가고 살았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 여행을 가는데...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난다. 


10년 만의 퇴사, 30대 후반의 퇴사, 그리고 여행. 

지금부터 나한테는 또다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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