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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초 Aug 30. 2023

회란각, 성 미카엘 성당 중국과 독일 공존하는 2'色'

3. 지혜로움과 상생정신(相生精神)

 오만과 편견을 범하지 않는 삶


다음 목적지인 잔교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택시를 타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현지 분위기에 녹아든 삶에 동화되고 싶기 때문이다. 칭다오에서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이용하는 낯선 상황이지만 좌우봉원(左右逢源) 무인기를 두드려 지하철 표를 발급하였다.


곧이어 열차에 탑승했다. 내부는 신규 지하철답게 깔끔한 편이었으나, 지하철 문화 형성이 덜 된 칭다오인지라 좌석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모자(母子)도 함께 보였다. 냄새가 꽤 강했지만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과거 여러 상황에 직면하여 달관시킨 문화적응력과 내성이 반사적으로 작용하였다. 그렇게 외려 피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아 음식을 들고서 해맑게 쳐다보는 꼬마 아이에게 먼저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넸다. 아이가 쑥스러워 하자 옆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께서 "멋쟁이 형아한테 인사해야지"라며 웃음 지었고, 나는 “아이가 귀엽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불편한 기색을 냄으로써 상대방의 위축된 모습을 보는 것을 원체 마음 쓰여하는 편이다. 그것이 때때로 무례하고 상대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너그러이 두 팔을 벌려 상대를 안고 이해한다면 곧 그의 미소를 볼 수 있게 된다. 나의 작은 배려는 모른 체 수수하게 웃는 모습이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자 결과로 다가온다.


대학생활 도중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나에게 "얘는 중국인이라 그래"라며 농담을 한 친구가 있었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런 말장난이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형성시켜 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즐겁기만 하나, 당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10년 간 갖은 고충을 전부 견디고 돌아온 한국에서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서운하게 다가왔다.

 

모두가 크게 웃는 와중에 홀로 당황하여 어색한 미소를 띰과 동시에 머리에서는 빠르게 대처법을 모색했다, 이들 입장에서는 타국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나에게만 할 수 있는 장난을 친 것일 뿐이라 고분(孤憤)할 일도 아니었다. 본디 친구라면 짓궂은 장난으로 하여금 편한 관계로 발전되기도 하니까.


"너네도 나랑 한 달만 살다 오면, 못 먹는 음식이 없어질 거야 하하하!"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보곤 한다. 말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는 건 아닌지. 당연히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확신이 서는 순간에는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엄하게 변해야 하겠지만, 다언 중 실언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기에…


칭다오 지하철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


모자와의 짧은 인사를 뒤로한 채 '잔교(栈桥)'에 도착했다.


나는 칭다오 하면 가장 먼저 '회란각(回瀾閣)'이 떠오른다. 이 건축물은 잔교 끝에 위치하며 칭다오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칭다오 맥주(青岛啤酒)'를 마셔본 사람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라벨에 붙어 있는 로고가 바로 이 회란각이다.


1897년 독일군이 잔교를 통해 칭다오만에 상륙하여 점령하여 조계지(租界地)로 활용하였다. 때문에 잔교 부근을 지나면 독일식 건축물이 매우 많아 유럽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이후 일본이 칭다오를 점령하여 잔교에서 열병식을 거행하기도 하였으니,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잔교에는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부스가 많다. 가격은 5~15元정도 한다. 각 사진사마다 사용하는 카메라 종류가 다르고, 촬영 지점도 다르기 때문에 잘 선정하는 것이 좋다. 찍은 뒤 인화하고 나면 중국스러운 적나라한 사진에 다소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나, 외려 이러한 사진이 바래질수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슬픈 '이호(二胡)' 소리는 그 장소의 분위기를 한층 달궈놓았다.


잔교(栈桥)와 회란각(回瀾閣)


잔교 초입부와 끝지점에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불가사리를 비롯하여 각종 해산물들을 판다. 나는 식사를 하고 왔기에 후식으로 탕후루를 사 먹었다. 불가사리는 나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호기심이 많아 다음번에 들르면 무조건 먹어볼 생각이다. 음식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것 또한 인생에 재미니까.


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먹기 어려워하는 음식에 대한 도전 정신이 투철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홍어를 맛보기 위해 일부로 찾아다녔다. 현재는 주기적으로 먹을 정도로 홍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먹을수록 느껴지는 톡 쏘는 향과 건강한 맛이 그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다.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거부하고는 "으으.." 하며 맛없다는 식의 편견에 빠져 편식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경험의 유무는 표현 방식에서 차원이 다름을 드러낸다. 모든 경험은 이롭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잔교 주변 특색 음식


인산인해로 붐비는 잔교에서 빠져나와 다음 장소로 향하였다.

구시가지(舊市街地)와 신시가지(新市街地)의 중앙급에 위치한 잔교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풍경이 순식간에 바뀐다.


옅은 하품을 살짝 내뱉었을 뿐인데 비행기는 어느새 독일 상공을 날고 있었다. 잔교에서 11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 속의 유럽 '성 미카엘 천주교 성당(天主教青岛教区圣弥厄尔主教座堂天主堂)'은 르네상스 양식의 칭다오에서 가장 높은 고딕 양식 건물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웨딩 촬영의 명소로 꼽히는데, 내가 간 날에는 날씨가 좋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을 수없이 볼 수 있었다. 동양인들로 가득 찬 유럽 느낌에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유럽식 돌바닥과 파스텔 톤의 건물, 뾰족이 솟은 두 개의 첨탑은 구시가지 중심 하늘 아래 클래식한 느낌을 연출했으며, 비눗방울을 부는 사람 사이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고풍스러운 풍경과 어우러져 한껏 여유로운 느낌을 주었다.


성 미카엘 천주교 성당(天主教青岛教区圣弥厄尔主教座堂天主堂)

갯내음 가득한 바닷가 마을 곳곳에 깊이 베인 잔향, 여행객들이 들르는 여행 기념 마그넷 상점과 평범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는 가족과 나누었던 추억이 서려있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장소들, 그곳에서 호호 식혀 먹던 길거리 음식.

그리운 분위기는, 그리운 맛과 기억을 호출한다.


아름다운 꽃은 그 화단에 피어있기에 예쁜 것이다. 주변 풍경이 없다면 꽃의 아름다움이 반감될 것이니, 꽃을 꺾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면 그때의 꽃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맡으러 올 꽃내음을 기억하며,

향수로 가득 메운 하루를 마치고 다음 여행지를 선정하기 위해 곧장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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