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밖에 모르는 산타클로스
엄마도 그땐 이십대 였을텐데
두 팔을 뻗어 더듬더듬 배게 위 선물을 찾는다
어느새 짧게 뻗은 두 팔에 바스락 소리를 내며
종이 포장지가 잡힌다
아까부터 잠에서 깼지만 엄마 아빠가 나가길
기다렸다
엄마가 나가는걸 빼꼼히 뜬 한쪽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선물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또 장갑일까?"
올해로 내가 기억하는 2번째 크리스마스다
내 나이가 7살이니 기억나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어 2번째가 되는 날이다
그 전에도 엄마가 선물을 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몸을 일으켜 이쁘게 포장된 선물을 조심조심 뜯어본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스카치테이프를 하나씩 떼어 무릎에 붙이고 드디어 선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나 또 장갑이다
약간은 실망하였지만 작년 크리스마스에 받은 실로 뜬것 같은 벙어리장갑에 비해 이번에 받은 장갑은 손등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침반이 있는 비닐 재질의 장갑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자랑할 생각에 내복 바람으로 양손에 장갑을 낀 채 엄마한테 달려 나간다
"엄마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셨어"
그러냐며.. 넌 좋겠다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신다
"맘에 들어?..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오헌이 말 잘 듣는다고 이쁜 장갑을 선물해 주셨네?"
그 뒤로도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 장갑을 선물 받았다
우리 엄마는 장갑밖에 모르는 산타할아버지 인가보다
난 엄마가 산타할아버지란 걸 일찍이 알고 있었다
장갑을 포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성인이 되어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왜 엄마는 크리스마스 때 매번 장갑을 선물했어?"
엄마는 대답 없이 하던 일을 이어 가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변변치 않은 살림에 시부모 눈치 보며 생활한 시집살이에 3명의 자식들 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문방구에서 산 포장지로 꼭 포장을 해서 선물해 주셨다
그때의 그 장갑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시장 바닥을 돌고 돌아 가장 이쁜 장갑을 골랐을 엄마!
자식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며 즐거워했을 엄마!
그때 엄마의 나이도 이십대였을 텐데...
이젠 내가 엄마의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장갑을 준비했다
엄마가 건강히 오래 사시길 바랄 뿐이다
나의 영원한 산타할아버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