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소 Jan 02. 2022

우린 아직 엄마가 필요합니다

엄마가 끓여준 떡국

언젠가부터 1월 1일 날 떡국을 먹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왕성하게 활동하실 적엔 1일이면 인사 다니시느라 집에 안 계시니 집에서 떡국을 끓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음력설을 쇠는 우리 집은 1일은 그냥 공휴일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쇠약해지시고 두 노인만 있게 되는 1월 1일 양력설이라 해도 자식들이 새해 인사겸 방문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아침상은 떡국을 끓이게 되었지만 고집이 샌 아버지는 음력설에도 떡국을 드시지 않는다

아버지가 드시지 않는 음식 중엔 김밥과 떡국이 있다

그 이유가 모든 식구들이 이해 못 하지만

아버지 말은 그렇다

왜 아까운 쌀을 방앗간에 가서 그것도 돈을 줘가며 떡을 만들고 사골을 사다 그 고생을 해가며 밤새 국을 끓여 그 국물로 또다시 떡국을 끓여 먹는지 이해 못 한다고 하셨다

김밥도 비슷한 이유에서 먹지 않는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냥 1년에 한 번 먹는 거 같이 드시면 되지

꼭 그렇게 설날부터 밥을 따로 해 번거롭게 한다며 모두가 투덜대기 일수였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걸 내 아들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느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들놈 역시 어려서부터 떡국을 싫어해 명절이면 꼭 밥을 따로 하고 있다

피는 못 속이는 건지 보고 배운 건지 사골 곰탕에 밥을 말아 맛있다고 떠먹고 있는 아들놈의 머리통을 한대 줘 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엄마가 밤새 고았을 사골 국물이 뱃속을 뜨끈하게 만든다

려하지 않은 밥상에 시금치나물과 깍두기가 다른 반찬은 필요 없음을 말하고 있다

엄마 집에만 있는 미재 후추가 떡국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듯하다



엄마가 끓여준 떡국은 왜 맛있는 걸까

언제까지 저 맛있는 떡국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제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는 혼자 새 해를 맞이하신 엄마를 생각하니 혼자..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 이런 단어들이 생각이 난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엄마가 감당해야 할 쓸쓸함을 우리는 아직 모를 것이다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른다

"엄마.. 내일 아침 갈 테니까 떡국 끓여먹자"


고기 두 근을 사다 드리며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고기 두근 넣어선 그 맛이 안 난다며 사골을 사다 밤새 고았나 보다


그렇게라도 엄마의 소소한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골을 끓이는 게 힘들다는 건 나도 알지만

엄마가 살아계심을 느끼게 하고 싶다

아직도 우리는 엄마가 끓여준 떡국이 먹고 싶고

엄마가 해준 깍두기가 먹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우린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의 떡국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코로나로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시는 엄마가 불쌍하다

힘들지 않은 선에서 엄마를 자꾸 괴롭혀 드려야겠다

우린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몸이 점점 약해지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가슴 한 곳이 저며 온다



엄마의 기분이 조금 나아지시라고 꽃을 사 갔다

삭막했던 집안이 화사하게 변했다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프지 마

엄마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

작가의 이전글 장갑밖에 모르는 산타클로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