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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Mar 16. 2022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들의 크림(KREAM) 이용기

X세대와 MZ세대


"아빠.. 나 운동화 주문했다~~"

"또.. 뭐?"

"나이키 에어포스 1.. 얼마 주고 삿게~~~?"

"5만 원?.. 6만 원?"

기가 막히다는 듯..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ㄴ자..ㄱ자를 만들어 보이며 쉽사리 얘기를 안 해준다

한참을 못 알아듣는 나에게 답답한 듯 "세븐 세븐"하며 7이라고 말을 한다


"7만 원?.. 비싸네~"

"장난해.. 아빠?.. 17만 원"

"뭐?.. 17만 원?.. 미쳤다.. 또 어디 가서 눈탱이 맞았구먼.. 음하하하"

어이없어하며 놀리는 나를 비웃듯 아들이 핸드폰을 들이밀며 사진을 보여준다

크림사이트 캡쳐


이게 원래 13만 원 정도 하는 건데 어렵게 어렵게

17만 원에 득템을 한 거라며 자랑을 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13만 원짜리를 17만 원에 샀다며 즐거워하는 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들의 변은 이러했다

정말 갖고 싶던 신발인데.. 수개월째 물건이 없어

기다리다.. 어렵게 크림(KREAM)을 통해 당첨되다시피 한 끝에 구할 수 있었다는 거다


"아빠.. 크림(KREAM)이라고 알아?"

"크림?.. 알지.."

대충 통밥을 굴려보니 신발 파는 곳을 말하는 것 같아.. 아는 채 하려고 무리수를 던졌다

"ABC마트나 폴더 같은 거 아냐?"


아들은 그 길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ㅋㅋㅋㅋ




그렇게 찾아보고 알게 된 크림(KREAM)


크림사이트에서 캡쳐


크림에서의 구매 방법은 이러했다

크림에 들어가 원하는 신발을 고른 후 사이즈를 선택하면 선택한 사이즈의 가격이 나온다

마치 경매를 하듯.. 주식의 주가처럼 그날그날의 변동 가격표가 나온다

구매자의 희망금액과 판매자의 판매 희망가가 맞으면 거래가 성사되고 거래가 성사되면 결제가 이루어진다

그 후 판매자는 그 물건을 크림(KREAM) 쪽으로 보내고 크림 쪽에선 전문가의 검수를 통해 진위여부를 가려 진품일 경우 매매가 성사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자랑하듯 말하던 신발이 2주 만에 도착하였다



그냥 깔끔하고 노말 한 흰색 운동화다

아들은 너무 맘에 든단다



나를 못 신게 하려고 한치수 작은걸 구매했단다

원래는 270으로 아들과 운동화를 함께 신었는데

이번엔 특별히?.. 265를 주문했다고 한다

신발을 품에 안으며 신고만 나가보라고 가만 안 둔다고 아빠를 협박한다..ㅋㅋㅋㅋ



신발에 붙어있는 택은 나이키 택과 크림(KREAM) 택이 함께 붙어 정품임을 과시한다




난 아직도 13만 원짜리 정품 신발을 17만 원의 웃돈을 주고 산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게 없으면 다른 걸 사면 안되는 걸까?

내가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는 걸까?


이건 분명한 유행이다.. 아니.. 시대의 흐름일지 모른다


1987년 내가 중삐리 때 실내화처럼 생긴 단화가 유행이었다

이대 앞에서 한 켤레에 4천 원하는 단화를 4천5백 원에 사 오는 날엔 눈퉁이 맞았다고 하루 종일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됐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예전 시대를 살았던 나의 생활 방식과

MZ세대로 불리는 요즘 아이들의 생활방식은 많은 차이가 난다


나이키 신발을 구하고 싶다면 몇 다리만 건너면 한국 나이키 본사에 다니는 직원 하나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술을 거하게 한잔 사며 이내 속내를 드러낸다

"야.. 너 거기에 아는 임원 있다며?.. 내 아들이 말이야.. 그 신발이 꼭 갖고 싶단다".. 이번에 이거 꼭 구해야 돼.. 아빠 채면 좀 살려줘라~구할 수 있지?.. 야.. 받아 받아.. 아니 왜 이렇게 못 마셔~"


신발값보다 더 나갈 술값을 지불해가며 약간의 허세와 아들에게 만회할 가장의 권위를 보여줄 절호의 찬스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오십을 넘긴 아빠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게 인간관계이고 내가 곧 살아있다는 증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남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내가 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싫은 소리 거짓소릴 해가며 비굴하게 구는가

이 물건은 희소성이 있어!

내가 어렵게 하룻밤을 줄 서서 구한 물건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이만큼의 값을 받아야겠어

오케이.. 인정!

요즘 애들은 쿨하다~

좋게 말해 쿨한 거지.. 가진 것 개뿔 부모에게 받는 용돈이 전부이면서.. 뭐 그리 당당한 건지

겉멋만 잔뜩 들었다.



분명히 다르다

X세대와 MZ세대는 다르다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을 통해 남들이 구하지 못하는 물건을 얻게 되면 그게 곧 나의 능력이고 내 친구의 능력이라 칭하며 어깨의 힘이 잔뜩 들어간다


하지만 MZ세대는 다르다


남들에게 간섭받길 싫어하고 아쉬운 소리 하길 싫어한다


크림(KREAM)은 그런 MZ세대들의 개인적인 문화를 잘 꿰뚫어 신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비싸게 주고 사도 나의 만족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와 함께 성취감도 느낀다


어찌 보면 부탁을 하기 위해 쓴.. 아버지의 술값보다 저렴하고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살아온 시대가 다른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그걸 인정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책이 있어야 할 책장에 아들의 에어포스원이 한자 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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