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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 designer Dec 05. 2020

【전시】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Sometimes the river is the bridge 展

Olafur Eliasson, Beauty, 1993 Installation vi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2020 


올해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기획전을 야심 차게 기획하였다.

한국에서는 먼저 2016년 리움에서 먼저 전시를 가졌지만, 일본에서는 올해 전시되었다.

2020년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지난 전시회의 기록들을 남겨두려 한다.


2020년은 원래대로라면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였다. 그에 맞춰 온갖 분야에서 2020년 올림픽을 향해 문화 부흥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었다. 특히나 2018년부터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은 과연 2020년이 마치 목표지점인 것처럼 가파르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학 중에는 이에 대해 걱정 어린 소리를 하시는 교수님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그 계획은 무산이 되고 말았지만, 나는 이번 올라퍼 엘리아슨도 그러한 움직임에 맞춰서 기획된 전시라는 인상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기획전이 시작하기 1년 전, 2019년 3월에 마침 도쿄도 현대 미술관이 키요스미 시라카와에 리뉴얼 재개관을 한다. 재개관 이벤트의 일환으로 올라퍼 엘리아슨과 도쿄도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하세가와 유코가 토크 이벤트를 열었다. 나는 그 현장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대담은 꽤나 인상에 남았다. 그의 하늘을 치솟는 인기 덕분인지 강연이 열리는 장소는 만원 사태가 발생, 자리가 없어서 미술관 직원들이 방석을 나르며 무대 밑에 사람들이 없는 자리를 만들어가며 비집고 주르륵 앉아야만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날 나는 수강 중이던 강의 교수님께서 강의시간 대신 올라퍼 엘리슨의 토크 이벤트를 보러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하셔서 당일 휴강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와 여유 있게 2번째로 도착하였다. 그 뒤로는 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늘어나 우리는 일찍이 온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던 기억이 있다.


토크 이벤트에서는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와 큐레이터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또한 내년 전시회에 대한 예고와 함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소개였다. 토크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술작품이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매우 잘 알려지다시피 환경문제를 중점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본 감상자들에게 근본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최근 들어 플라스틱 빨대 문제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또 코로나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라는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고작 나 한 명이 분리수거를 한다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무엇이 바뀌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땅덩어리도 작은 나라에서 나 혼자 힘들여 환경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더라도 다른 나라가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영영 해결할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또 내가 아무리 힘을 들여 환경을 생각해서 일상생활에 실천한다고 해도 그것은 직접적으로 나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천을 지속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바로 그 점에 착목하여 작품을 창작한다. 한 사람의 행동은 영향을 끼치기에 미미할지라도 그것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어 점점 늘어나면 그 힘은 결국 사회뿐 아니라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는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사회에 대한 거리감. 즉 공간감을 실제 눈에 보이는 요소로 표현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얼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그러하다. 얼음은 특성상 눈에 보이지만 시간이 흐름으로써 녹아버림과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도시 한복판에 아이슬란드에서 공수해 온 거대 얼음조각들을 전시한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일상에 무엇인가 비집고 들어온 것과도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얼음을 만져보기도 하고 맛을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나와 기후변화 문제는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Olafur Eliasson and Minik Rosing, Ice Watch, 2014, Installation view: London, 2018; Photo: Charlie F



이러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매개체로써 그는 예술작품을 선택하였다. 이는 우리가 여태까지 알던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작품만이 예술이 아닌, Socially Engaged Art (SEA) 현실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 사람들과의 대화와 협동의 과정을 통해 어떤 사회 변혁을 가져오려고 하는 아티스트의 활동마저 예술의 범주로 보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런 그는 사회 운동가인지, 예술가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어쩌면 예술가라는 정의는 현대미술에 들어서 좀 더 다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술은 책임감을 갖는 것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그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감상자와 함께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비로소 완성이 된다. 예술의 역할은 그저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그것을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여 생각해보고자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사회 정치 환경 같은 문제들은 우리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느끼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의 나에게 불이익이 가해 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내 눈에 보이는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내가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행동들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한 것들과 나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선을 긋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상에, 갑작스럽게 올라퍼 엘리슨의 작품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무엇인가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보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에 맞닥뜨려 조금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이 곧 사회를 바꾸는 첫 발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그의 작품 메시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유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그 사이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예술이 가지는 책임감이다.


끝으로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 이루어진 2019년 4월의 토크 이벤트의 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https://youtu.be/_fLkRUZny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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