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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SSSSL Aug 07. 2020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빨리빨리’를 외치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를 만나다 ① / 쓰레기덕질 활동가 최지


‘빠띠 그룹스’라는 플랫폼에는 ‘쓰레기덕후의 가상마을 - 쓰레기덕질’이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쓰레기에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던지고 일상 속 자신만의 팁을 공유하며 교류하는 그룹이죠. 이 그룹은 시민사회 활동가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직장인, 공무원,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포장가게 쓸’ 눈에 들어온 활동가는 최지입니다.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분석(?)하기도 하고, 동네의 쓰레기 문제를 공유하며 누구보다 활발하게 질문을 던지고 상황을 공유하는 그의 생각이 너무너무 궁금해졌습니다. 

‘무포장가게 쓸’을 준비하며 그에게 조언도 구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도 얻을 겸, 그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으로 찾아가 그의 제로웨이스트 활동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특별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쓰레기나 환경에 대한 주제를 던지면 외로움을 느끼거나 되려 공격을 받았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최지는 그걸 ‘환경 우울증’이라는 명쾌한 단어로 설명했어요. 최지와의 대화는 활동이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닌 새로운 에너지로 재생산할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지와의 대화 일부를 독자들과도 나눕니다. 


제로웨이스트 활동가 최지


유펑) 빠띠 그룹스에서 ‘쓰레기덕질(쓰덕)’ 활동을 하는 모습을 잘 보고 있었어요. 쓰덕 안에서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던데요. (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빠띠의 직원이나 조합원으로 오해하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쓰레기덕질만 하는 활동가입니다. 쓰덕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하자면, 저 혼자만의 활동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에요. 모두가 만들어 가는 온라인 플랫폼인 점이 기성 환경단체와는 다른 쓰덕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제가 과대대표 되는 건 아닐까 사실 조심스럽기는 해요. 



민지) 최지라는 사람이 쓰덕 안에서 어떤 유대감을 갖고 활동했는지 늘 궁금했어요.

오프라인 반상회를 했는데,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안전하게 말할  있었고여기에 가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이런 이야기를   있다는 유대감. 서로 존재를 보고 마음을 놓는 거요. 여기서 ‘다른 사람들도 노력하고 있구나, 이런 시도를 해봤구나.’ 알 수 있었죠. 



유펑) 빠띠에 쓰레기덕질 활동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쓰덕에 글을 올릴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건드리거나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꺼내는 방식으로 글을 올려요. 회사 내 환경 감수성이라든가 동네 쓰레기통 설치 유무라든가. 꼭 나의 관심사이고 고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 나누며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제를 고려해서 글을 올리는 편이에요. 회사에서 이런 환경 감수성에 관련한 것들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유펑) 그동안 가 본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어떤 걸 느꼈나요?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여러 군데 가봤는데 빨대나 면 생리대 같은 비슷한 물건, 같은 물건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차별점이나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유펑) 제로웨이스트 가게의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진짜 내가 일상에서 쓰는 것. 그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샴푸같이 매일 써야 하는 걸로 제로웨이스트 할 수 있는 거요. 전에 ‘알맹상점’에 갔는데 어떤 사람들이 큰 가방 안에 빈 세제 통을 잔뜩 담아와서 엄청나게 받아 가는데 ‘저 사람들은 기다렸겠구나, 저 사람들은 이걸 위해서 통을 모아왔겠구나.’ 생각했죠. 그런 일상이 있는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유펑) 제로웨이스트에 더해 제로웨이스트 작업을 하는 소상공인과 협업할 생각인데, 우리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그런 제품은 어느 플리마켓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쓸>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만날 접점은 있으니 대중을 만날 건지, 원래 있는 마켓을 좁혀서 만들 건지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0000 편집숍이 처음 나왔을 때 ‘환경에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이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요. 이런 것(수공예품)들이 너무 많이 보이고우리가 줄일  줄이지 않고 엑스트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이 들었죠없어도 (living)  있는데 에코백이 그렇잖아요. 

그런 건 있을 수 있어요. “폰케이스를 사고 싶어. 꼭 필요한 거야. 그런 게 생분해되는 거야.” 원래 사야 하는데 대체할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충분히 경계해서 물건을 골라주면 좋겠어요.
 

유펑) 내 집 앞에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있으면 무슨 활동을 하고 싶어요?

딸기를 사 먹고 싶을 것 같아요. (웃음) 스티로폼이나 빨간 대야에 주지 않는 딸기를 먹고 싶어요. 내가 사고 싶은데 포장지 때문에 살 수 없는 것들? 참, 두유와 유산균 좀 포함해 주세요.

그리고 무슨 활동보다는 일단 모여서 스트레스를 얘기하고 싶어요우리는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환경 우울증이 심하거든요.
참, 제가 얼마 전에 당근마켓에서 크라프트지를 나눔 했거든요. 그걸 누가 가져가면서 과일을 많이 갖다줬어요.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바꿔 쓰거나 리폼 하는데, 저는 직접 뭘 한다기보다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은 편이에요. 그들을 위해 자재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좋겠죠.


대화를 나누는 최지와 유펑 © 민지
유펑) “나 제로웨이스터인데 이건 참 힘들다.” 하는 것 있어요?

가족들과의 타협. 하지만 얹혀 사려면 적당히 타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음, 그리고 검정 비닐봉지? 저는 광명시장 옆에 살아서 항상 챙겨가서 사긴 하는데 부득이 가져가긴 하는데 갑자기 장을 봐야 할 때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서 사야 하는 게 제일 힘들고... 사실 0마트(SSM)가 가장 힘들어요내가  사려는   포장에 포장을 해서 사야 하니까요.

 

민지) 마트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움직여주지 않는 건지...

가이드를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에서도 자기들의 역량 부족을 깨닫고 요청하게 만들어야 해요. 시민들이 먼저 제안해서 이렇게 해달라 하고 응해준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요. 우리는 보면 알잖아요. 이것, 이것 빼고 달라고 하면 되는데 가이드 누가 만들면 좋겠다 제안했는데 답이 없었던 게 아쉬워요. 느리기도 하고 말했던 것처럼 관점이 그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사회적으로 당연한 분위기로 인식하고 기업도 사회 분위기에 따라가는데, 한국은 산업 자체에서 그런 것들을 흔드는 패러다임으로 갖고 있지 않죠.


민지) 자본논리는 자본의 영역이니까 지역에서 이런 걸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요.

솔직히 지역에서 사부작거리는 것 가게보다는 0마트에 이런 지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0마트가 우리 삶을 쥐고 흔드는 것 많아요. 여기서 한두 가지만 바꿔도 할 수 있는 것 많은데. 활동이 점조직으로 있는 것보다 0마트랑 손잡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의 닥친 과제와 시급성을 해결하기에는 마음이 급하거든요. 저는 환경 문제에서는 ‘빨리빨리’를 요구하고 싶어요스스로는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급해요환경문제는 지치지 않고 급진적으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 gary_at_unsplash, 출처 Unsplash
유펑) 혹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며 더 배우고 싶거나 활동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뭘 한 번도 만들어서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다만 활동가라 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걸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왜 우리나라는 포장재가 이렇게 될까? 하는 것들을 혼자 알면 너무 답답해서 쓰덕에도 플라스틱 공부방 만들었는데 뭐가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더라고요. 시도했는데 정보 접근성 낮고 전문지식이 많아서 전문가가 없으면 알기 쉽지 않아요.
 

민지) 제도와 법과 맞물렸으니 용어도 어렵고 접근이 어려워요.

컵 보증제도 단순히 여기에 가격만 붙이면 되지 생각했는데, 그때 느낀 한계로는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는 사람이 정보전달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이래서 환경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나, 무력하다고 생각했어요.

 

유펑) 무포장가게 오픈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요?

나는 캠페이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동하거나 교육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쓸>에서 개개인의 소비패턴 바꾸는 것 이상의 방향성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여러분빨대 이걸로 바꾸세요.” 이것 말고 시스템에 균열   있는 그런 것들을 같이 하면 좋겠거든요.

저는 너무 답답해서 환경법 공부하려고 학교를 알아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환경분쟁’ 이런 것만 있지, 현실 필드에서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 없더라고요. 너무 답답해요. 이런 것 다 어디에서 알아요? 정말 답답해. (웃음) 활동을 더 길게 하고, 형평성 있게 하려면 제도 말고 개인의 소비가 바뀌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환경을 아끼는 마음에 소비를 바꾼다고 에코백과 텀블러를 너무 많이 생산하는 것처럼요.


민지) 나중에 공부를 같이해볼래요?

너무 좋겠어요. 이렇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 꽤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홍수열 박사의 쓰레기 관련 콘텐츠가 정말 흥하잖아요. 우리 당장 공부해요!



© 매거진 <쓸> | 공식 인스타그램

유펑 magazine.ssss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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