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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Jul 27. 2020

[오로빌+4] 처음, 첫인사, 첫 소감

2019.12.17부터 2020년 4월 21일까지

남인도의 공동체 마을 오로빌에서 지냈던 기록입니다.

COVID19로 인해, 예정에 없던 조기 귀국을 하였으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오로빌 시즌1'로 명명해봅니다.

그 당시 블로그에 적었던 글들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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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빌에 온 지 4일이 지났어.

이곳에 오면 매일매일의 일들을 충실히 기록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고,

더군다나 여기는 인터넷 환경이 어려워 그것을 더욱 핑계 삼고 있어.


시간이 없다는 것은 바빠서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내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아서 인 것 같아.

뭔가를 정리하고 가볍게라도 적어볼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지.

참으로, 엄마의 삶이란

대륙을 건너오고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는 이 순간에도 변하지 어려운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말하는 율 군과

깨우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는 슈 군 사이에서 아침 식사 시간을 조정하고

밤이면 열 번쯤은 씻으라는 얘기를 해야 하루가 끝나는 것 같아.

이러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뭔가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혼자서 발 동동 구르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사실 이 정도가 내가 원하는 전부였어.

크게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도,

저녁 시간에 남편이 집에 있는 것이 우리에겐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는 걸.

13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과 같이 저녁을 먹어본 것은 몇 번쯤일까?

아마... 정말로 세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같이 밥을 하고, 보드게임을 하고, 설거지를 나누고, 얼른 자라~~ 라는 말도 번갈아 가면서 하지.

그냥 이 정도면 돼. 이 정도면 충분해.

그냥 이 정도를 원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대륙을 건너, 3시간 30분이 느리고, 12월에도 반팔을 입는 이 곳, 인도.

그중에서도 오로빌.



16일 아침 7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지.

무려 12시간의 비행(갈아타야 하므로), 3시간의 택시를 타고

오로빌에 도착했을 때 17일 오전 3시, 한국시간 오전 6시 30분.


거의 24시간 만에 도착한 이 곳에서, 게스트하우스의 방문을 열었을 때

나를 제일 처음 맞이해 준 것은 도마뱀이었어.

열대지방이라는 것이 실감 나더군.

아직 몬순이 채 끝나지 않았는지, 덥고 습하고....

내 기억 속의 오로빌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어.


쉬이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제일 먼저 한 일이 유심을 사는 것이었어.

첨단의 세상에서 오로빌로 넘어오긴 했지만

한국의 친구들과 또는 한국과 연을 끊고 싶은 것은 아니었거든.

우여곡절 끝에 심카드를 샀지.

(가뜩이나 영어도 못하는데, 인도 영어 발음 알지? 게다가 여기 시스템도 전혀 모르고.

결국 누군가 와서 도와주었어.)


심카드를 사는데 하루 종일 걸리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거야.

남편은 속은 것 같다며 화가 났고... 부모님께 전화는 드려야겠고... 속이 터지더라고.

LTE를 넘어선 5G 세상에서 살던 내가 상상이나 해봤겠어? 2G의 속도를?

우린 속은 게 아니었어. 2G도 겨우 터지는 세상이 2019년도 존재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그 2G 역시도, 방 두 개와 거실이 있는 이 게하에서 우리 방의  네 귀퉁이 중에,

단 한 곳에서만 겨우 연결돼. 핸드폰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정해진 거지.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단 4일 만에, 그 2G의 속도로 아마존에서 무언가를 주문하는 데 성공했어. 야호~~!!

(가끔 3G로 변신하기도 하거든. ㅎㅎ)



기내용 캐리어까지.. 거의 150kg에 달하는 짐을 가져왔건만

왜 이리 부족한 것이 많은지...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는데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

궁금한 건 참아도, 불편한 건 못 참는다... 뭐 평소에도 이랬잖아?

4일 만에 뿌뚜 체리에 있는 백화점(?)까지 진출한 여자가 되었지 ㅋㅋ

그리고도 부족해서 아마존에 주문서를 3번 넣었어.

아마 이 게하에서 내 존재감이 점점 올라갈 것 같아 ㅠㅠ



수건이 필요해서 수건을 사러 갔지.

형형색색의 수건들을 보다가 어지러워서 하얀색으로만 된 건 없니?라고 물었더니

없어. 우리는 칼라플 피플이거든.이라는 대답을 듣고 빵 터졌지.



2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가게에 갔지.

너 엄청 더워 보인다? 땀도 나고? 하길래,

응 더워.

지금 너무 습해서 그런 거야.

그럼 몬순이 지나면 나아질까?

.......


둘이 동시에 빵 터졌지.

곧, 바이크를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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