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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Aug 10. 2020

[오로빌+36] 어떤 음악회



오후 5시 즈음, 어딘가를 가기 위해 방을 나왔어. 

희미하게 들리던 음악소리가 좀 더 잘 들리더군. 

누군가 듣기 위해 재생시키고 있는 음악인 줄 알았는데

게하의 다이닝룸에서 직접 연주하고 있는 것이었어. 


가던 길을 돌려, 다이닝룸으로 향했지. 

무대도 없이 바닥에 앉아 연주하던 두 사람. 

바이올린과 기타의 앙상블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처음 알았어. 

특히 바이올린 연주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은 처음이라.

바이올린의 소리가 가슴 속에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어. 


열 명 남짓의 청중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앉아있었지. 

해가 지기 전에 다녀와야 할 곳이 있었지만

나도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았어. 


연주를 마치고, 두 사람은 무척 행복해 보였어. 

프랑스에서 온 여자와 멕시코에서 온 남자는 며칠전에 처음 만났대. 

여자가 함께 연주할 사람을 찾고 싶다고 말하자

여자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남자를 소개해줬대. 

유명한 사람이라는 말에, 유명한 사람은 부담스러운데 하고 망설였는데

막상 만났더니 너무 잘 맞아서 두 사람도 놀랬대. 



또 연주가 시작되었지. 이번에도 무척 아름다운 음악이었어.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왠지 눈물이 나더라. 

이 음악은 함께 수영을 하다가 만든 노래래.

함께 호흡하고 유영하면서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었대



마지막 곡이라고 연주가 시작되었어. (내가 너무 늦게 온거지!)

ancient mother I taste your tears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이 노래의 가사 중 일부야. 

이 땐 정말 감동적이었어.

나는 생전 처음들어 본 노래였는데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고.

그 노래에서 말하는 생명과 삶에 대한 감사와 찬탄이 그대로 느껴졌지. 

벅찬 감동이 가슴에서 느껴졌고

그 순간, 함께 있던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어.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거야. 


음악이 끝났지만, 우리는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어. 

정말이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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