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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Oct 23. 2023

글 쓰고 싶은 날


 매일같이 글을 써오다가 갑작스레 회사에 가고 난 뒤 20일가량 글을 쓰지 못했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는 편이기에 그간 적응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글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왠지 중심축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타인이 말해주는 정체성보다 내가 말하는 나의 정체성이 진짜일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쉽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어려운 걸까? 이건 부의 문제일까 정신의 문제일까? 혹은 마음가짐의 문제일까?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회사에 가면 어느새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아직 쓰지 못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맴도는 것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만 허락된다면 마음껏, 얼마든지 재미있게 쓸 용의가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눈치 보지 않고 게으르게 살면 쓸 것이 없고, 쉴 틈 없이 바빠서 마음이 무너지면 쓰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글 쓰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이 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간인가? 돈? 워라밸? 추억? 관계? 미래?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끄적여본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여전히, 지금도. 내가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은 ‘글’이다. 나에게 돈도 되고 워라밸도 되고 추억도 되며 관계와도 연관이 있고 나의 미래가 되는 것이었다. 글이 없었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한 글자 하나에 ‘쉼’이 완성되고, ‘숨’이 쉬어진다는 것은.


 게으르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뭐라도 해 봐야 내게 ‘숨’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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