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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Nov 07. 2023

겨울이 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1일 1글 쓰기’라는 챌린지를 혼자 이어왔다. 물론 이어지지 못한 때가 생각보다 조금은 많았고, 10월엔 갑작스레 입사하여 의도치 않게 챌린지를 쉬었다. 그러다 다시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겨울도 나의 뒷발치를 성큼 따라잡았다.


 여름과 더위와 모기를 유달리 힘들어하는 나는 늘 가을을 기다려왔었는데, 올해는 가을과 겨울이 유달리 늦게 온 것 같다. 올여름이 유달리 더운 탓이겠지 생각한다. 매년 아직 목덜미 뒤로 땀이 흐르는데도 가을이 온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던 때가 많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그저 모든 것(나에게만 한정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날이 나에게 왔다고.

 힘이 들 때면 더욱더 너스레를 떨었다. “가을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아닌 것 같은데, 억지로 가을이 왔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난 늘 가을을 느꼈다. 어쩌면 이건 나의 나약함을 표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숨 가쁘게 달리지 않은 적은 별로 없다. 그러나 9월부터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정신과 감정과 육신에 이리저리 휘둘려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겨울이 되었다. 겨울이 되면 모든 생명이 잠들지 않나. 사람이어서 겨울잠을 자지 못할지언정 예민한 감정들은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겼다.


 추운 탓에 감정은 무뎌지지만, 이상하게 하고 싶은 것들은 늘어나곤 했다. 꿈이 생겨났다. 매일 밤, 나의 꿈들은 비눗방울처럼 좁디좁은 방안을 채워갔다. 그러다 아침이 오면 ‘펑!’ 꿈들은 다시 사라지고 현실만 남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펑! 사라지던 그 모습들이 내 눈에 아직까지도 선명한 잔상으로 남아있으니. 난 그 꿈들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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