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시간이 더할수록 사람은 점차 유치해지고 어린아이만도 못해지는 것 같다. 예전엔 마음 상하지 않던 일도 쉽게 서운하고 속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만큼 상처받는 건 덤. 물론 그간 살아오면서 마음을 다친 적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도 타인에게 기대하고 타인의 탓을 하려고만 했다. 내 잘못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돌아보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간 노력해서 쌓아 올린 경력이나 실력은 베풀려는 의지조차 없이 어느새 내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되어 있었다.
실체가 불분명한 자랑거리만 늘어가는 내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지만, 촌스러운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이상한 건 후회 어린 마음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선심 쓰려고 하면, 이미 자기 인생을 살다가 수도 없이 얻어맞은 이들이 찾아와 나에게 독기를 내뿜었다. 세상은 ‘강약약강 약육강식’의 세계라면서. ‘나는 그동안 나보다 강한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당했다. 나보다 약한 너에게 어쩌다 한번 이러는 것일 뿐이니 지금 너의 억울함은 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이었다. 억울하면 너도 너보다 약한 상대를 찾아 풀란 식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이 사람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주고 가까이하다가도 아차 싶어 시도 때도 없이 가드를 올렸다. 타이밍을 놓쳐 크게 한 대 얻어맞은 후에야 주섬주섬 가드를 올려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상처는 그저 상처일 뿐 경력은커녕 맷집이 되어주지도 않았다. 아직 얼마 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세상은 요 모양 요 꼴이라니…. 무서웠으나 살아내야 했다. 살아내기 위해선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세상의 말에 흔들리지도 말아야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아니고 내 마음 하나 지키는 일이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이렇다 보니 누구에게나 환호받을 만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보다도 자기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더 어른스럽게 보였다. 세상이 자신에게 내리는 엄격한 평가를 받아들이고 인정은 해야 하지만, 자기 내면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아는 사람들. 나의 내면에서 용기와 힘을 얻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났다.
나의 내면엔 어떤 물질이 부족해 빛을 잃은 것일까. 없는 걸까 잃은 걸까? 빛을 갖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그저 하루하루에 충실했다. 내일은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내일은 어떤 태세로 눈을 떠야 할까. 하루하루가 도장 깨기인 것 같은 삶에서 나는 나만의 빛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쩌면 인간이란 빛없이 희망으로만 사는 존재인지도 몰랐다. 나의 가냘픈 희망을 누군가는 빛이라고 불러주는 것인지도.
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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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지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