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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Apr 16. 2024

'캐피'는 무엇일까?

MBTI - STJ 

박과장님은 아직 솔로다. 삼십 대 후반에 접어드니 좀 외로워졌는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한지 한 달도 채 안되었는데 사진이 몇 백장이 넘는다. 빠져들었다, 고양이의 매력에! 


"이름이 뭐예요?"

"캐피, 캐피예요"

"어머, 잘 지었네요. 행복한 고양이!"  

박과장님이 묘한 표정을 짓는다. 

"맞죠? 캣(Cat)과 해피(Happy)의 합성어?"

"ㅎㅎㅎ 아닌데요, 그런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진짜요? 그럼 뭐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capitalism 이거든요.  capitalism을 줄여서 캐피...."

"뭔 고양이 이름이 자본주의예요, 세상에나... 감성도 없어라~"

"멋지기만 한데요, 뭘~ㅎㅎㅎ"


나 역시 캐피가  capitalism의 줄임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신입사원 교육 때 질문했다. 왜냐하면 전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신입사원님들의 성격이 다양해져서 MBTI로 본다면 ST, SF, NF, NT의 비율이 비슷비슷하다. 다양한 반응이 나오리라 생각되었다. 


"어떤 분이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는데 이름을 '캐피'라고 지었데요. 무슨 뜻일까요~?"



캣(Cat)과 해피(Happy)에서부터 행복한 고양이라는 반응도 나오긴 했지만, capitalism에서 비롯된 '캐피'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바로 들까? 성격과 상관없이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신입사원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보다. 머릿속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내 생활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단어가 자본주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너무 계산적이고 감성이 무뎌졌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개인을 탓하기엔 사회적 현실이 우리에게 냉혹하다고나 할까? 경제적 자립, 독립 그리고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평균적인 생활의 여유(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가 필요충분조건일 수 있겠다.   


한편 개개인의 성격보다 우위에 있는 조직, 나아가 문화의 성격도 떠올랐다. 내 성격이 어떤 가정, 학교, 직장, 사회를 만나서 유지, 강화되기도 하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숨어있다가 삐뚤어져 폭발하기도 하고 아예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 성격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성격을 찾아서 무엇할까? 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오른손잡이, 곱슬머리처럼 분명 타고난 성격성향은 있을 것이고 다양한 성격을 경험하며 부딪치고 수용하면서 성장하리라는 부분에는 아직 의심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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