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 퍼플카우, 캐시카우, 불 마켓 등.. 왜 항상 소가 등장할까?
멍하니 카페에 앉아 작업을 하던 도중 오늘도 역시 잡생각이 하던 일을 방해했다.
"왜 마케팅 용어나 경제를 빗대어 표현하는 상징에 소가 자주 등장할까?"
단순히 소는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라서?!
만약 그게 많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닐까? 혹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틈새 용어 설명
퍼플카우 전략은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Seth Godin)이 제안한 개념으로, 극단적인 차별화를 지향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의미한다.
캐시카우는 BCG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BCG 매트릭스(BCG Matrix)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개발한 전략평가 기법이다. BCG는 기업이 사업에 대한 전략을 결정할 때 '시장점유율'과 '사업의 성장률'을 고려한다고 가정하면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Star, Cash Cow, Question Mark, Dog로 구분된다. 일단 오늘은 마케팅 용어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니 간단하게만 살펴보겠다.
1) 스타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이 높아서 계속 투자를 하게 되는 유망한 사업이다.
2) 캐시카우
점유율이 높아서 이윤이나 현금흐름은 양호하지만 앞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3) 물음표
보통 신규사업이 여기 해당된다.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높은 잠재 성장률을 가진
사업으로 평가되어 브랜드의 스탠스에 따라 스타 또는 개가 될 수 있는(?) 사업 영역이다.
4) 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이윤과 현금흐름이 좋지 못한 안 좋은 사업이다
그리고 불마켓(Bull-market)은 주식이 상승하는 장을 의미한다. 황소가 공격할 때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는 자세에서 주가 상승을 기원한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아마 소의 부지런함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상징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는 경제나 마케팅 용어 속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왜 하필 세스 고딘은 풀 밭에 있는 소를 보고 퍼플 카우를 생각해 냈을까, 뿔이 달린 동물은 많은데 왜 하필 상승장을 황소로 표현했을까... 왜 일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어 쓰는 굉장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한번 써보겠습니다.
소는 특히 종교와 신화에 많이 등장하는 상징물이다.
고대 문명에서부터 살펴보면 수메르에서는 모든 제례 의식이 소를 매개로 치러졌고, 고대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도 소에 관한 신화가 발달해 있는데 크레타 섬에서 황소는 번식력의 상징이었다.
구약성서에서 애굽을 더나 가나안으로 향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가 시내산 위에서 40일 동안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동안을 참지 못하고 ‘황금 송아지 상’이라는 우상을 만들어 소를 제단에 올리기까지 한다. 이 것만으로도 모든 문명에 소 숭배가 성행했을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신약성서에서는 소가 겨울을 몰아내고 창조/생명력을 의미한다는 것은 신약의 시대에도 도입된 상징이다. 아마 이때부터 소는 한마디로 출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그 시대의 겨울은 죽음의 기간이었으며, 죽음의 기간을 몰아내는 성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나 ‘구유’에 뉘었다'는 대목에서 많은 사람이 말의 구유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소’의 구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복음에 따라 메테포가 존재하는데 소는 누가복음의 상징이다. 마태복음은 날개 달린 사람, 마가복음은 날개 달린 사자, 요한복음은 독수리의 상징으로 읽으려는 방식은 복음서 이해를 위한 오랜 전통이다.
기독교에서 벗어나 힌두교를 보면 힌두교에서 소는 소 자체가 신이다. 힌두교의 소는 힘과 풍요의 상징에 이어 속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는 힌두교의 다양한 신이 황소를 타고 다니는 신화와 관련 있으며, 심지어 풍요의 신 인드라의 표면적인 형상이다.
이집트를 살펴보면, 신 아피스와 오시리스의 형상 또한 소다. ‘므느베스’는 이집트에서 숭배받는 소를 일컫는 명칭이다. 그리고 이집트의 고위급 신 라(Ra)는 아예 하늘의 황소라 불린다고 한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백신이다. 백신의 기원에서도 소를 찾아볼 수 있다. Vaccine은 예방 주사를 하다, 예방하다의 의미로 그 어원이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8세기 유럽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의 면역물질이 바로 암소에서 추출되었다.
우유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스퇴르(세균학의 아버지다)가 암소에서 채취한 균을 이용하여 천연두를 예방하는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이러한 예방 방식을 Vaccine으로 명명한 것에서 시작했다.
아마 단순히 우리에게 익숙하고 과거부터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동물이 '소'이기 때문에 이런 메타포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맞을 수 있지만, 이러한 작은 메타포 속에도 종교가 조금씩은 녹아들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불마켓의 뿔의 모양이 상승하기 때문에 황소를 상징으로 썼다는 것보다 보다 힘과 속도의 상징으로, 새로운 탄생, 번화의 상징으로 황소를 썼다는 것이 더 와닿지 않나.. 아니면 더 있어 보이지 않나.. 이와 마찬가지로 백신의 어원이 되었듯이 소는 예방, 치료의 의미를 더 폭넓게 해석하여 신약의 의미와 합쳐 어려운 시기의 극복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아갈 수 있고 도와주는 캐시카우의 의미로 소가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뜬금없이 든 생각에서 부터 시작하여 종교까지 찾다보니 어느정도 종교에서부터 발생하여 소를 모티브로 쓴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거의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