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넘어서는 경험
구찌는 이태원에 구찌 오스테리아를 열고, 에르메스는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었다.
왜 명품 브랜드들이 레스토랑을 열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에선 불가능했던 경험을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제공하기 위함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세상에만 머물러야 사람들의 절제해야만 했던 니즈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 썼던 시몬스도 그렇고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한다는 ‘경험 마케팅’이 떠오르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명품 의류 브랜드들은 단순히 옷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 되지 왜 레스토랑을 오픈할까?
브랜드의 세계관 전달
세계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블'이다. 명품 브랜드들도 마블처럼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옷을 판매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사람들을 끌어오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연다는 것은 단순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엄청난 명품 매장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간다고 해도 옷을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하는 행위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가격대가 높아 단순히 '구경'만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이런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돈 벌어서 꼭 사야지' 또는 '진짜 내가 살 수 있는 건 아니구나, '그사세'네'라는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옷을 사지 않더라도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명품 브랜드 제품 구매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여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최근 본 인상 깊었던 유튜브 내용 중 중고등,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는 실패로 가는 길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톰브라운이 한때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에서 지금은 흔한 양아치 패션으로 묘사되는 것만 봐도 저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너무 많이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고 적당한 진입장벽을 유지한 채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레스토랑이다. 브랜드에서 나온 인테리어, 가구, 집기 등을 통해 아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할 수 있구나, 이 브랜드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제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말고도 브랜드 입장에서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모든 물건으로 브랜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웨이터의 옷, 식사에 사용된 집기들, 인테리어 가구 등 한번 레스토랑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제품들이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아 저거 레스토랑 갔을 때 봤어'라는 반응이 왜 저런 걸 만들지라는 반응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찰나'가 아닌 '합쳐진 순간'
다시 말해, 옷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패션 스타일을 산다는 것에 머무를 수 있지만 카페·레스토랑은 단순 패션 스타일이 라이프 씬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또한, 옷 쇼핑할 때보다 배는 더 긴 시간을 머무르며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
스타일이 아닌 씬 경험하는 것은 최근 유튜브, 인스타의 숏폼의 유행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찰나'가 아닌 찰나가 '합쳐진 순간'에 대한 니즈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은 이제 구매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들은 단순히 한 번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만든 것이 아닐 것이다. 본인들이 제공하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의 집합체를 전달하기에 레스토랑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다.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도전하는 많은 브랜드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고 해서 단순히 따라 즐거운 경험에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우리가 하는 생각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